방화동 붕괴사고 생존자 “교량 틈 벌어지더니 ‘쿵’”

방화동 붕괴사고 생존자 “교량 틈 벌어지더니 ‘쿵’”

입력 2013-07-31 00:00
업데이트 2013-07-31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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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량 사이가 갑자기 벌어지더니 한쪽이 뒤집혀 ‘쿵’하고 떨어졌어요.”

30일 오후 서울 방화대교 남단 인근 접속도로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철제 상판 붕괴사고에서 살아남은 근로자 정명덕(54)씨는 사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정씨는 당시 현장에서 허동길(50)씨와 최창희(52)씨, 김경태(59)씨와 함께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마무리하고 뒷정리를 하려다 사고를 당했다. 이들 외에 다른 작업자들은 일을 마치고 떠난 상태였다.

정씨는 “갑자기 교량 한쪽이 떨어지면서 바깥쪽에서 작업하던 허씨와 다이크(콘크리트 타설 기계)에 타고 있던 최씨가 함께 떨어져 밑에 깔렸고 안쪽에 있던 김씨는 깔리진 않았지만 머리를 다쳐 입과 코에서 피를 쏟고 있었다”고 사고 직후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나는 (콘크리트 덩어리가 접해 있는) 교량 가운데에서 양발을 (각각 콘크리트에) 한쪽씩 두고 있었는데 그 사이가 벌어지면서 내 다리도 양쪽으로 벌어졌다”며 “(붕괴하는 쪽에 있던) 발을 떼어 옆에 있던 안전스틱을 붙잡고 겨우 기어올라와 떨어지는 걸 면했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사고 당일 오전부터 50m 구간의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하다가 10여m를 남겨두고 동료와 점심을 먹었다. 이후 오후 1시가 채 안 돼 다시 작업을 시작했고, 사고가 났을 때에는 일을 다 마치고서 뒷정리를 하려던 참이었다.

그는 “안전장비를 다 착용하고 있었고 규칙을 위반했거나 한 건 아니다”며 “교량 전체가 무너져내렸기 때문에 안전장비 착용 여부에 관계없이 다쳤을 것”이라고 했다.

정씨는 사고를 당한 허씨, 최씨, 김씨와 함께 이틀 전에도 이곳 공사 현장에서 다른 교량의 140m 구간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장소장이 평소 자주 와서 주의해야 하는 안전 관련 상황들을 알려주곤 했는데 아까는 못 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작업을 빨리하라는 지시가 있었거나 시간에 쫓기지는 않았느냐고 묻자 정씨는 “그런 건 없었다”며 “원래 하루 200∼300m씩 타설작업을 한다”고 답했다.

그는 진동이 느껴지거나 평소 작업환경과 다른 점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이 일을 5년 전부터 해왔는데 평소와 달리 이상한 점은 없었다. 다 정상적인 작업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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