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후손 “고향에서 당당하게 살고싶었어요”

독립유공자 후손 “고향에서 당당하게 살고싶었어요”

입력 2013-08-13 00:00
업데이트 2013-08-1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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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광복절 맞아 독립유공자 후손 17명에 한국 국적 부여

“단 한 번도 한국을 원망해본 적은 없어요”

13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적증서 수여식에 참석한 이영복(31)씨는 떨리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씨는 1920년 무력항일군단인 대한독립군을 조직하고 사령관으로 일본군과 수차례 접전을 벌이다 순국한 독립유공자 고(故) 이명순 선생의 고손이다.

이명순 선생은 지난 1986년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중국 연길에서 태어난 이씨는 어릴 적부터 고조부가 항일운동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한국에 대한 자부심도 남달랐다.

23세가 되던 2005년 드디어 한국으로 유학을 올 수 있었지만, 어머니가 갑자기 병에 걸리면서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병원비를 벌려고 막노동판에 뛰어든 이씨는 결국 3년만에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강제추방됐다.

2009년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한국 국적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강제 추방된 이력 때문에 다시 한국에 올 수 없었던 이씨는 이명순 선생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4년여만에 한국 국적을 얻게 된 이씨는 고조부의 흑백 사진을 품에 꼭 안으며 “독립운동을 한 고조할아버지의 후손으로 고향에 와서 사는 것이 꿈이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씨는 “이제 나도 고향에서 고조할아버지처럼 남을 배려하며 살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1920년대 안동에서 독립자금을 모집하다 옥고를 치른 고(故) 김술로 선생의 손녀 3명도 이번에 한국 국적을 얻게 됐다.

할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한 한국에서 살고 싶은 마음에 1992년 단기비자로 입국한 김윤애(53)씨는 20여년간 식당에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일했지만 결국 불법체류자 신세가 됐다.

2010년 법무부의 ‘장기불법체류 중국동포 구제조치’로 합법적인 체류 허가를 얻게 된 김씨는 이후에도 독립유공자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어 애를 태웠다.

유전자 감식을 통해 김술로 선생의 후손임이 입증돼 한국 국적을 얻게 된 김씨는 “나도 한국 사람인데 쫓겨 다니고 눈치를 보며 살아야 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그래도 언젠가는 한국 국적을 얻어 당당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버텼다”며 “이번에 동생들과 함께 국적을 얻게 돼 더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날 법무부는 광복 68주년을 맞아 국적법 제7조에 따라 독립유공자 후손 17명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했다.

법무부가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해 국적증서를 수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부터다. 지금까지 모두 853명의 후손이 한국 국적을 얻었다.

법무부는 특히 올해부터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국내 정착을 위해 컴퓨터나 미용 자격증 등을 취득할 수 있도록 무상교육을 지원하고 초중고와 대학 등록금도 지원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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