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개입 의혹 원세훈 2차 공판
민병주 전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장이 2일 검찰의 증인신문에서 심리전단의 일부 사이버 활동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 선전·선동에 대한 방어적인 심리전을 벌였을 뿐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위한 정치 개입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민 전 단장은 “부서장 회의 내용을 업무에 반영했다”면서도 “선거 개입 지시는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매달 부서장 회의를 통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이외에 매일 모닝 브리핑 등을 통해 심리전단에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는지를 물었다. 민 전 단장은 이에 대해 “정확한 배경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원 전 원장이 어떻게든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겠나”라고 진술했다. 이어 “국가기관 명의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 국민인 것처럼 글을 게시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유·불리한지 등 정치적 고려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심리전단은 2011년 11월쯤 인원을 20명가량 증원해 팀을 꾸리고 트위터를 전담토록 했다. 검찰은 이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원 전 원장이 이 같은 지시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민 전 단장은 “선거 때만 되면 북한의 선전·선동이 심해진다”며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세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는 원론적인 지시였을 뿐 선거에 개입하라는 지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검찰이 “종북의 기준이 뭐냐”는 질문에 민 전 단장은 “다른데는 있는지 몰라도 잘…”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검찰은 “종북 좌파 척결은 좋은 말이다. 하지만 기준과 범위 없이 공작부서 임의로 이뤄질 경우 100%선거 개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 전 단장에 대한 증인 신문에는 신분 보호를 위해 국정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차단막이 설치됐다. 신문 자체를 비공개로 해 달라는 원 전 원장 측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판은 오는 9일 오전 10시에 속행하며,국정원 직원 이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진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3-09-03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