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계약직 공채… 기존 직원 계약연장 편법 통로로

공공기관 계약직 공채… 기존 직원 계약연장 편법 통로로

입력 2013-09-09 00:00
업데이트 2013-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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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대 형식적 공개 채용 진행… 현재 업무 담당자도 함께 지원

일부 공공기관과 국공립대학 등이 계약직 공무원 제도를 기존 직원의 계약연장 수단으로 편법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형식적으로 공개 채용을 진행하면서 지원자들을 들러리로 만들고, 기존 계약직 공무원을 수년째 계약직 신분으로 묶어 두고 있는 것이다.

방송통신대 계약직 공채에 응시한 A씨는 1차 서류 전형에 합격했지만 지난달 22일 면접 전형에 참가하지 않았다. 1차 합격자 9명 가운데 현재 방송대에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의 이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A씨는 “보나 마나 현재 직원 계약을 연장할 목적으로 형식적인 공채를 하는 것”이라면서 “면접에 참가해봤자 떨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푸념했다.

A씨의 예상대로 방송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최종 합격자는 현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이었다. 그는 2011년 방송대의 해당 직종에 합격해 현재까지 근무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대 인사관계자는 8일 “규정된 절차대로 공정하게 채용했으며 계약이 만료되는 직원이 다시 지원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면서 “다만 기존 직원이 다시 합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에 따르면 서류전형에 합격한 또 다른 지원자가 A씨와 같은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방송대의 이번 공채 경쟁률은 15대1이었으며, 서류 전형 합격자 9명 가운데 5명만 면접 전형에 응시했다.

지방자치단체나 일부 위원회 등도 한 번 계약으로 2년 이상 채용할 수 없는 계약직 공무원을 이 같은 편법을 통해 재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계약직 공무원 B씨는 “해당 기관이 계약직 합격자 명단을 실명으로 공개하지 않거나, 공시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채용공고 자체를 삭제하고 있어서 이런 사실이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지역 구청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C씨는 “구청마다 5~10년간 특정 분야에서 일하는 계약직 공무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면서 “사실상 지원자들을 전부 들러리로 만드는 꼴”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편법 채용으로 해당 계약직 공무원도 피해를 본다. 편법 채용 탓에 계약직 공무원들은 2년마다 퇴직과 계약을 반복하며 실제 근속 연수 만큼 인상된 급여를 받지 못한다. 또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한 신분을 감내해야 하는 고충도 있다. A씨는 “사용자 입장에서 그동안 손발을 맞춰 일했던 사람을 계속 쓰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면 계약직으로 뽑을 것이 아니라 특채 등을 통해 정규직 공무원으로 뽑아야 한다”면서 “지금과 같은 방식은 해당 기관과 계약직 공무원, 공개 채용 지원자 모두에 소모적”이라고 지적했다. 조병희 전국공무원노조 농림축산식품부지부장은 “안전행정부의 총액인건비제도에 묶여서 지자체나 기관이 그런 편법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2013-09-0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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