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동의하에 말기암父 살인 아들 죄책감에 자살 기도

가족동의하에 말기암父 살인 아들 죄책감에 자살 기도

입력 2013-09-12 00:00
업데이트 2013-09-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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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괴로웠다”…포천경찰 20대 검거·조사 뒤 존속살해 혐의 영장

아버지 본인과 가족 동의에 따라 뇌종양 말기환자인 아버지를 목 졸라 숨지게 한 아들이 죄책감에 자살을 기도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포천경찰서는 12일 아버지(56)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이모(27·회사원)씨와 큰 누나(29)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이씨의 어머니 이모(55·여)씨도 살인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씨는 지난 8일 오후 3시 30분께 포천시 일동면 아버지의 집에서 아버지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이씨는 아버지를 포함한 가족 합의에 따라 어머니와 큰 누나가 보는 앞에서 범행했다.

그러나 아버지 장례를 마친 지난 11일 오후 결국 자신이 아버지를 죽게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다가 이 문제 등으로 큰 누나와 다툰 뒤 밖으로 나갔다.

이씨는 얼마 지나지 않은 같은 날 오후 10시 30분께 ‘아버지를 죽게 했다는 사실에 괴로워 죽겠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작은 누나에게 보냈다.

작은 누나는 112에 곧바로 신고했고, 경찰은 가까운 저수지 근처에 있는 이씨를 발견했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경찰에 자신의 범행을 털어놓았다.

이씨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고통에 괴로워하는 아버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숨진 아버지는 지난해 12월 ‘길어야 8개월’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이후 입원치료를 하지 않은 채 집에서 약물치료만 하며 극심한 고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지는 유서를 남기지 않았고 수차례 집에 함께 사는 큰 누나를 통해 자신의 죽음을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큰 누나는 자신이 직접 실행하지 못하고 남동생인 이씨를 세 차례나 설득한 끝에 안타까운 범행을 하게 됐다.

가족들이 아버지의 시신을 화장함에 따라 이 사건은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됐다.

경찰은 이날 중으로 이씨에 대해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말기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그랬다’고 가족들이 주장하고 있어 법정에서 또 한 번 안락사 논쟁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는 강제로 환자의 목숨을 끊는 적극적 안락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식물인간의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행위는 시도된 바 있다.

2009년 세브란스병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연명치료 중단 판결을 받은 김모(77·여)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 국내 첫 존엄사가 시행됐다. 당시 김 할머니는 연명치료를 중단한 지 201일 만에 숨을 거뒀다.

이후 의료·복지계에서는 존엄사 법제화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있어 왔으나 ‘생명경시 풍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종교계의 반발에 번번이 부닥쳐 논쟁으로만 그치곤 했다.

존엄사 논의가 먼저 시작된 유럽에서도 대부분 적극적 안락사는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일부 국가들은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인정해 회생 불가능상 말기암 환자가 연명치료 중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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