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곳없다”…고급 식당도 버젓이 원산지 위반

”믿을 곳없다”…고급 식당도 버젓이 원산지 위반

입력 2013-09-15 00:00
업데이트 2013-09-1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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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올해만 155건…”벌금·과태료 내면 그만” 근절 안 돼

소비자를 우롱하는 원산지 표시 위반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의 단속 강화 정책에 적발은 늘고 있지만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다 보니 유명 음식점도 버젓이 수입산 재료를 국산으로 속였다가 적발되는 등 오히려 위반 업소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 병원에서 고급 식당까지 ‘양심불량’

13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북지원에 따르면 올들어 충북에서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형사 입건된 업소는 지금까지 155곳에 이른다.

지난 한해 모두 162곳이 적발됐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는 9개월도 채 안 돼 이미 지난해 수준의 업소가 형사 입건된 셈이다.

적발된 업소 가운데는 환자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병원, 요양원에서부터 유명 맛집, 고급 식당까지 망라돼 있다.

지난 5월 충북농관원이 청주지역 병원과 요양원의 집단 급식소 65곳을 특별 단속한 결과 20%에 가까운 11개 업소가 원산지를 거짓 표시하거나 미표시했다 적발됐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고속도로 휴게소, 대형 휴양시설, 예식장 등 10여 곳의 다중 위락시설도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형사 입건됐다.

청주의 유명 맛집과 고급 식당이 원산지 위반업소에 이름을 올리면서 소비자들의 믿음을 ‘배신’, 충격을 주기도 했다.

올해 초 대표 메뉴인 굴비정식 차림상에 ‘영광 법성포 굴비’ 대신 중국산 ‘부세’를 사용해오다 경찰에 적발된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의 ‘S 한정식’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식당은 ‘맛집’으로 소문나면서 미식가들 사이에 이름이 꽤나 알려진 곳이다. 기관장들도 접대 장소로 애용한 곳이었지만 결국 ‘부세’를 값비싼 토종 굴비로 알고 먹은 셈이다.

이 식당이 원산지를 속인 것은 굴비뿐 아니다. 칠레산 홍어, 러시아산 동태 곤이, 말레이시아산 낙지, 노르웨이산 연어 등 각종 해산물과 미국산 소고기, 칠레산 삼겹살 등을 모두 국내산으로 둔갑시켰다.

청주를 대표하는 남도 한정식집으로 유명해진 S 한정식은 이런 방법으로 2009년 11월부터 3년을 넘게 손님들을 속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엔 도내 기관단체장들이 연회장소로 주로 이용해온 청주시 상당구 중앙동의 유명 중국음식점 ‘ㄱ 반점’이 국내산으로 속인 미국산 돼지고기로 ‘난자완스’를 만들어 팔아온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밖에 값싼 브라질산 닭고기를 국내산으로 속여온 사실이 들통나면서 유명 치킨체인점과 뷔페식당도 이용자들의 공분을 샀다.

◇’솜방망이’ 처벌…걸려도 무서울 것 없어

원산지 표시 위반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적발돼도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법’상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미표시 때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실제 엄한 처벌을 받는 예는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위반 업소에 대해 영장 청구를 해도 대부분 기각되다 보니 불구속 수사가 일반화돼 있고, 기소되더라도 약간의 벌금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값싼 수입산을 국산으로 속여 ‘바가지’를 씌웠더라도 법적 근거가 없어 부당이득금도 추징할 수 없는 실정이다.

결국 단속에 걸리더라도 약간의 벌금이나 과태료만 물면 되기 때문에 원산지를 속이는 게 관행처럼 되고 있다는 것이다.

위반 업소에 대한 징벌적 성격의 ‘원산지 표시 위반 정보 공표’ 역시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법’을 개정하면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담당 시·군·구 홈페이지, 식품안전정보 사이트 등에 원산지 표시 위반 업소의 정보를 공표토록 했다.

그러나 1년 반이 넘은 지금도 이 제도를 모르는 소비자가 대부분이다. 일부러 관련 사이트를 찾아가 위반 업소를 확인하는 소비자가 몇이나 되겠느냐는 점에서 유명무실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때문에 언론을 통해 위반업소의 실명을 공개해 소비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돕고, 위반 업소는 도태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요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업소의 그릇된 상혼이 업계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지정된 사이트에 공표하는 데 그치지 말고 언론에 실명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북농관원의 한 관계자는 “위반 사실에 비해 처벌 정도가 가벼운 게 사실”이라며 “부당이득금을 추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고, 사법부가 더욱 엄하게 처벌, 원산지 위반이 심각한 범죄라고 인식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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