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판 ‘타짜’ 마킹카드 사기도박단 덜미

강남판 ‘타짜’ 마킹카드 사기도박단 덜미

입력 2013-09-30 00:00
업데이트 2013-09-3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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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선물·미인계로 재력가 유인…밑장빼기 수법 등 5억 챙겨

영화 ‘타짜’처럼 피해자에게 교묘히 접근해 특수제작 카드와 속칭 ‘밑장빼기’ 등의 수법으로 돈을 챙긴 사기 도박단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기 도박판을 벌여 5억7천만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로 총책 박모(59)씨 등 5명을 구속하고 정모(55)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올해 초부터 지난 4일까지 무역업체 사장 김모(57)씨를 상대로 13회에 걸친 사기 도박을 벌여 총 5억7천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박씨 등은 서울 강남의 유명 헬스클럽에서 자산가인 김씨에게 접근, 식사와 고가 명품 선물을 제공하고 미모의 여성을 소개시켜 주면서 환심을 샀다. 이들은 김씨와 내기 골프를 쳐 일부러 돈을 잃어주고는 ‘카드나 한번 치자’며 도박에 끌어들였다.

이들의 사기 도박은 상습도박 등 전과 6범인 총책 박씨의 지휘 하에 치밀하게 계획됐다.

자칭 ‘전국 최고 고수’라는 박씨가 도박판을 주도했고 사기 도박 기술을 구사하는 ‘기술자’, 함께 도박을 하면서 기술자를 도와주는 ‘선수’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이들 일당은 최대 판돈 3천만원의 ‘훌라’나 ‘하이로’ 도박을 하며 카드 겉면 무늬의 음영을 교묘히 달리해 상대의 패를 읽을 수 있도록 한 ‘마킹 카드’를 이용했다.

처음부터 돌아갈 패를 정해놓고 카드를 섞는 척만 하는 ‘탄작업’, 위에 있는 카드를 주는 척하면서 아래의 카드를 주는 ‘밑장빼기’ 수법도 빠지지 않았다.

피해자의 패를 알아내면 사전에 정한 수신호와 은어 등으로 정보를 공유했다.

이들은 경찰에 체포된 후 유치장에서조차 비치된 책을 빌려 책 안에 ‘진술한 것은 검찰에서 번복하라’, ‘고소인과 합의를 하라’ 등의 글을 써놓고 책을 돌려보면서 조직적인 범행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 등은 피해자의 배짱을 키워 베팅 금액을 올리도록 하기 위해 필로폰까지 음료에 타서 먹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직 잡히지 않은 일당과 마킹 카드 제조자를 쫓고 있으며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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