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방홀대’…수도권 치안위해 지방인력 차출

경찰 ‘지방홀대’…수도권 치안위해 지방인력 차출

입력 2013-10-03 00:00
업데이트 2013-10-0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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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재배치 계획’ 따라 지방 경찰 410명 수도권 배치…지방 치안 공백 우려

경찰청이 ‘지방청간 인력재배치 계획’에 따라 지역 경찰정원을 줄여 수도권에 집중 배치한다는 계획을 내놓자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3일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7월 ‘2013년 지방청간 인력 재배치 계획’을 통보했다.

전국 8개 지방경찰청의 정원을 총 410명 감축하는 것이 골자다.

충북지방경찰청의 경우 총 3천131명이던 경찰 정원이 3천72명으로 59명 줄게 됐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당장 선발하기 어려워 지방 인력으로 충원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충원 계획조차 밝히지 않은 채 지방 정원을 빼가는 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 인력배치에 대한 계획은 물론, 증원여부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일선 경찰서의 한 경찰은 “수도권은 인구가 많겠지만 지방은 커버해야 하는 면적이 넓다”며 “경찰 인력 부족은 수도권이나 지방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데 상대적으로 치안수요가 적다고 줄이면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경찰도 “수도권 치안만 중요하게 여기는 발상”이라며 “경찰마저 지방을 홀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인력 재배치 계획에 따라 59명의 정원이 줄어든 충북 경찰의 사정도 빡빡하기는 수도권과 별반 차이가 없다.

충북지역의 경찰 1인당 담당하는 인구는 523명으로, 전국 평균치인 499명에 비해 24명이 많은 편이다.

특히 청주 흥덕경찰서의 경우 1인당 878명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흥덕경찰서는 올해 말부터 일선 경찰서장인 총경보다 한 계급 높은 경무관을 서장으로 발령하는 ‘경무관 경찰서’가 격상된다.

그런데도 경찰 정원은 오히려 8명을 줄이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됐다.

지난해 청주의 절도 발생률은 전국 3위에 올랐고, 충주의 살인 발생 비율도 전국 3위 수준이어서 치안 수요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5월 충북지방청을 방문한 이성한 경찰청장은 이런 사정 때문에 “청주시와 인근 청원군이 통합되면 신규 인력을 추가 배치할 필요성이 있다”고 경찰 증원 가능성을 내비쳤다.

청주·청원이 통합하면 청주로 인력이 쏠려 상대적으로 청원지역 치안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구대 신설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두 달만에 오히려 정원을 줄이는 ‘역주행’에 나선 셈이다.

김용희 충청대 경찰행정과 교수는 “경찰 인력 배치는 지역 면적이나 범죄 발생 특징 등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조정해야 한다”며 “지방도 치안 수요에 맞게 정원이 정해진 만큼 부족한 수도권 인력을 조속히 채우는 방안을 강구해야지 무조건 지방 인력을 차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충북지방청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5년간 2만명의 경찰을 충원할 계획인데 이번에 줄어든 정원이 점차 회복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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