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이승만은 세종과 맞먹어…후진국 독재 불가피”(종합)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이승만은 세종과 맞먹어…후진국 독재 불가피”(종합)

입력 2013-10-16 00:00
업데이트 2013-10-1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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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박근혜 대통령이 새로 임명한 유영익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 과거 강연에서 “이승만은 세종과 맞먹는 인물” “후진국에서 독재는 불가피했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은 앞서 국정감사 과정에서 “햇볕정책은 친북정책”이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15일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이 지난해 한 포럼에서 강연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포럼은 인터넷 매체 ‘뉴데일리’ 부설 이승만연구소 주최로 지난해 2월 9일 서울 중구 정동제일감리교회에서 열린 ‘제12회 이승만 포럼’으로 당시 한동대 석좌교수였던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은 이날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유영익 위원장은 강연 도중 “박정희 대통령이나 이승만 대통령의 기초 작업이 없었다면 과연 경제 기적을 이룰 수 있었나 생각합니다”라면서 “정치학자들이 정직하게 후진국에서 독재라는 것에 대해 사실상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 하는 논의를 좀 해주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영익 위원장은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과 실정을 총체적으로 평한다면 적어도 ‘공7 과3’이고, 이승만의 독재는 불가피했다 혹은 필요악이었다라고 할 때는 그게 ‘공9, 공10’이 될 수도 있어요. 저는 이승만 대통령은 확신을 가지고 자기가 하는 일종의 권위주의적 통치가 불가피하고 오히려 한국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믿고서 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3·15 부정선거로 하야에 이르게 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재정치를 되레 업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유영익 위원장은 “한국 역사에 이승만만 한 인재는 거의 없지 않았는가. (중략) 이승만은 그 세종대왕하고 거의 맞먹는 그런 유전자를 가졌던 인물 같아요”라고 말했다.

전날 열린 국사편찬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영익 위원장은 과거에 ‘김대중·노무현 전 정권은 좌파 정권’이라고 발언한 사실을 인정하며 “햇볕정책이 친북 정책 아닙니까?”라는 등의 말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국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14명은 이날 유영익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유영익 위원장이 이 정권에서 할 일은 친일을 미화하고 이승만·박정희 독재정권을 찬양하는 역사를 집필하는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유영익 위원장이 망언을 하면서 지난 민주정부 10년을 욕되게 한 데 대해 분노하고 규탄하며 역사 앞에 사죄하고 즉각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 네티즌은 “후진국에 독재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라면 결국 북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독재에 면죄부를 주는 셈”이라면서 “유영익 위원장이 평소 비판해 마지않는 북한 정권을 스스로 옹호하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또 유영익 위원장은 16일 “이승만 전 대통령은 격이 높은 왕족 출신”이라는 자신의 주장이 담긴 잡지를 국회에 직접 보낸 것으로도 알려졌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16일 유영익 위원장이 잡지 ‘한국사 시민강좌’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신분적으로 격이 높은 조선왕조 왕족 출신’, ‘발군의 총명함과 타고난 건강 체질’, ‘동서 학문에 두루 통함’” 등의 평가를 내렸다고 밝혔다.

유영익 위원장은 이 잡지를 “살펴봐 주시라”는 내용의 친전과 함께 동봉해 지난 1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영익 위원장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해 연 2회 발행되다가 2012년 50호를 끝으로 출판이 중단된 이 잡지는 해당 제호를 통해 이동휘, 김구, 안창호, 여운형 등 대표적 독립운동가 12인을 선정해 각 인물에 대한 평가를 작성했다.

유영익 위원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대한제국 멸망 이후 광복까지 기간 동안 해외, 특히 구미지역에서 전개된 독립운동의 최고 지도자였다고 말할 수 있다. 독립운동 기간과 해방공간에서 자웅을 겨루었던 여러 라이벌들을 제치고 신생 공화국의 최고 통치자가 된 권력정치에서의 ‘최후 승자’였다. 그가 이렇게 된 것은 독립운동 기간에 그의 행보와 업적이 남달랐기 때문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도 치켜세웠다.

박 의원은 “이승만이 왕족 출신이었다는 점을 독립운동가로서의 탁월한 자질로 꼽는 봉건적 사고를 기탄없이 표명하고, 이것을 국회의원들에게 자랑스레 추천하는 인물이 우리나라의 사료 수집과 편찬을 담당하는 최고 책임자라는 점 자체가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편향성은 물론 망발을 일삼는 유영익 위원장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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