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대가 살렸다’…선원 7명, 12시간 사투끝에 구조

’돛대가 살렸다’…선원 7명, 12시간 사투끝에 구조

입력 2013-10-16 00:00
업데이트 2013-10-1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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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천후인데도 연약 지반에 정박해 사고 불러

‘돛대가 살렸다’

포항 영일만항 앞바다에서 침몰된 파나마 선적 8천t급 화물선에 타고 있던 외국인 선원들의 운명이 돛대에 의해 좌우됐다.

15일 오후 3시 40분께 경북 포항시 흥해읍 영일만항 북방파제 북동쪽 900m 해상에서 태풍에 버금가는 강풍과 높은 파도에 휩쓸려 침몰 위기에 처한 화물선에서 선원 19명이 닻을 끌어올리며 배를 구하기 위해 악전고투를 벌였다.

그러나 결국 선체가 방파제에 수차례 부딪치면서 오후 5시40분께 선미부터 배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침몰 순간 방송을 듣고 갑판 위로 올라온 선원들은 꼬인 닻을 풀고 다시 바다에 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배를 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구명조끼를 입고 보트를 타려고 했지만 파도가 워낙 높아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강풍과 파도로 배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미처 선수쪽으로 올라오지 못한 10여명의 선원들이 집채만한 파도에 휩쓸려 바다로 떨어졌다.

배가 계속 가라앉는 상황에서 선수 쪽으로 피한 선원 7명은 갑판 꼭대기의 돛대(마스트)로 이동했다. 대부분의 선체가 물에 잠기고 물밖에 남아있는 돛대에 의지한 채 구조를 기다렸다.

결국 선원 7명은 돛대에 매달린 채 악천후와 싸우며 12시간 가까이 생사의 문턱을 넘나들다 16일 오전 5시30분께 해경 헬기에 의해 구조됐다.

파도에 휩쓸린 선원 가운데 1명도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떠있다 극적으로 구조됐으나 나머지 9명은 안타깝게 사체로 발견되고 2명은 실종됐다.

구조된 한 중국인 선원은 “갑판 위로 올라온 선원들 가운데 미처 선수 쪽으로 가지 못한 10여명이 파도에 휩쓸려 바다로 떨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고선박은 지난 2일 화물을 싣고 평택항을 출발해 이틀 뒤 포항 영일만항에 입항해 하역작업을 마치고 북방파제 밖 해역에서 묘박(항구 밖 특정장소에 배를 정박하는 것) 중이었다.

초속 25m의 강풍과 최고 8m에 이르는 높은 파도에 8천t급 대형 화물선은 침몰했다.

정박 중이던 해역은 수심 14m이고, 해저는 자갈과 모래 등 연약지반으로 이뤄져 있다.

당시 강풍과 높은 파도로 선체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닻이 바닥에서 미끄러지는 주묘현상으로 화물선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태풍급의 악천후 속에서 방파제 밖의 해저가 자갈과 모래인 묘박지에 정박한 것이 사고를 불러온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도가 비교적 약한 방파제 안에 정박했다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박종철 포항해경서장은 “악천후때 연약지반에 닻을 내리면 닻이 미끄러질 가능성이 있다”며 “수색작업과 함께 이 부분에 대한 경위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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