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은 후손 패소…친일재산조사위 결정넘은 첫사례

민영은 후손 패소…친일재산조사위 결정넘은 첫사례

입력 2013-11-05 00:00
업데이트 2013-11-0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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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법 “친일조사위 결정이 국고 환수 대상 삼는 절대적 조건 아냐”

청주지법이 5일 고심 끝에 ‘친일’ 민영은 후손의 ‘땅찾기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결정을 내린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 조사위원회’(이하 친일재산조사위)가 규정한 ‘국고 환수 대상’에서 제외된 토지가 친일재산으로 인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이 친일재산조사위 결정을 사실상 뒤집는 결론을 내놓으면서 향후 친일파 후손의 재산 환수 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영은의 직계 후손이 2011년 3월 청주시를 상대로 청주지법에 ‘땅찾기 소송’을 제기, 이듬해 11월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최대 쟁점은 해당 토지의 점유 취득시효 문제였다.

하지만 청주시가 1심 패소 이후 전략을 바꿔 문제의 토지가 국고 환수 대상이 ‘친일 재산’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후손 측은 친일재산조사위의 결정을 근거로 해당 토지는 ‘친일재산’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문제의 토지는 민영은이 토지조사위원으로 있었던 1914년에서 1920년 사이에 취득한 땅이다.

친일재산조사위는 민영은이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 시절(1924∼1927년) 이전에 사들인 땅이라는 점을 들어 문제의 토지를 친일 행위 이전 소유한 땅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조선총독부 중추원 부의장과 고문 등으로 활동한 민영은이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해당한다는 부분에는 이견이 없었다.

문제는 민영은이 이 땅을 취득한 시점의 문제였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르면 친일반민족행위자가 1904년 2월 8일 러일전쟁 개전 때부터 1945년 8월 15일 광복 전까지 취득한 재산은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으로 추정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토지대장 또는 등기부등본상 민영은이 1911년 11월 18일부터 1928년 4월 12일까지 이 땅을 취득한 것으로 보이므로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한 친일재산조사위의 결정이 절대적인 조건이 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친일재산귀속법에 ‘친일재산은 그 취득·증여 등 원인 행위 시에 이를 국가의 소유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친일재산조사위가 국가 귀속 결정을 해야만 국가 소유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친일재산조사위의 결정은 대상이 되는 재산이 친일재산에 해당하는지 사실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민영은 소유의 땅이 친일재산이라는 추정을 뒤집기에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그동안 친일파 후손의 재산 환수 소송과 달리 친일재산조사위의 결정을 넘어 친일 행적을 훨씬 폭넓게 판단한 것으로 앞으로 유사 소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영은은 1905년 6월 충주농공은행 설립 위원으로 활동했고, 1913년 5월부터 6년간 충북 지방토지조사위원회 위원을 지내는 등 일찌감치 친일 활동에 나섰던 대표적 친일파 인사다.

민영은의 후손은 2011년 3월 청주 도심인 청주중학교와 서문대교, 성안길 부근에 있는 12필지(총 1천894.8㎡)의 도로를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하라며 청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청주지법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후손의 승소를 판결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5일 원심을 깨고 청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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