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범인식별절차 부적절”…법원, 강도혐의 무죄

“경찰의 범인식별절차 부적절”…법원, 강도혐의 무죄

입력 2013-11-13 00:00
업데이트 2013-11-1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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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범인식별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 문제가 돼 법원이 30대 피고인에 대해 강도 혐의 무죄를 선고했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이원범 부장판사)는 강도와 절도, 주거침입, 점유이탈물 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던 김모(35)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강도 혐의 무죄와 함께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김씨는 애초 지난해 12월 4일 오후 11시께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의 한 주택에 침입, 엿새 동안 전기를 마음대로 쓰면서 생활하는 한편 길에 떨어져 있던 스마트폰과 휴대전화기를 주워 그대로 챙긴 혐의 외에 지난해 7월 16일 0시 35분께 대덕구 오정동 한남육교 위에서 길 가던 조모(22·여)씨를 바닥에 넘어뜨린 뒤 현금 2만원 등이 들어 있는 가방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강도 사건 범인이 현장에 버리고 달아난 자전거에서 김씨의 DNA가 검출된 점, 피해자가 진술한 범인 인상착의가 김씨와 일치하는 점, 김씨가 강도 사건 범인으로 지목된 뒤 피해자가 한결같이 “김씨가 범인임에 틀림없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강도 혐의까지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경찰이 강도 사건 범인식별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강도 사건 수사과정에서 경찰은 김씨의 사진 한 장만을 피해자에게 보여주면서 범인 여부를 확인하게 했고 이후 경찰서에서도 김씨 혼자만 진술녹화실에 대기시킨 상태에서 범인 여부를 확인하게 했다.

용의자 한 사람을 단독으로 목격자와 대질시키거나 사진 한 장만을 목격자에게 제시해 범인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것은 기억력의 한계 및 부정확성에 부딪치고 사진상 인물이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무의식적 암시를 줄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인식별절차에서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준수해야 할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며 “피해자가 진술한 정도의 범인 인상착의가 다른 사람과 구분을 쉽게 지을 수 있는 특징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건 당시가 밤이었고 범인이 모자를 쓰고 있었던 정황은 피해자의 범인식별 진술에 신빙성을 높게 부여하는 데 장애가 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강도 사건에 있어 범인 지목에 관한 직접 증거인 피해자 진술은 그 신빙성이 낮고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혐의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무죄 선고이유를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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