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탈북한 내 딸을 왜 죽이나”…50대 母 절규

“목숨 걸고 탈북한 내 딸을 왜 죽이나”…50대 母 절규

입력 2013-11-18 00:00
업데이트 2013-11-1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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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탈북 여성 살해사건 현장검증

“살려고 탈북을 선택하고, 천신만고 끝에 두만강 사선(死線)을 넘은 내 딸을 이렇게 허망하게 보내야 한다니…”

동거 중인 20대 새터민 여성을 목 졸라 살해 후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 등)로 구속된 최모(28)씨에 대한 현장검증이 열린 18일 피해 여성의 어머니 이모(54)씨는 끝내 절규하고 말았다.

함경도가 고향인 이씨는 1990년대 말께 작은딸 A(29)씨와 함께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너 북한을 탈출했다. 수년 뒤 큰딸도 자신을 따라 한겨울에 탈북을 시도했으나 그만 차디찬 두만강 얼음물 속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큰딸을 가슴에 묻은 이씨는 천신만고 끝에 강릉에 정착했고,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한 둘째 딸 A(29)씨도 새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사는 듯했다.

그러나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딸 A씨는 지난 8월부터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실종 신고 한 이씨는 최근 자신의 딸이 지난해 9월부터 사귀던 최씨에게 살해된 채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접했다.

최씨는 다름 아닌 이씨가 사위로 받아들이려 했던 자신의 소중한 딸의 동거남이었다.

이날 현장검증에서 최씨는 어머니 이씨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범행을 태연하게 재연했다.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진 지난 8월 19일 오전 0시 30분께 최씨는 인제군 인제읍 자신의 원룸에서 A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A씨의 뺨을 때렸다.

그러자 A씨는 최씨에게 욕설했고, 이 말에 격분한 최씨는 A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범행 직후 시신 처리를 고민하던 최씨는 시신이 부패하는 것을 막으려고 냉방기기를 켜 놓은 채 10여 일간 원룸에 방치했다.

하지만, 한여름인 탓에 시신의 부패가 진행되자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한 최씨는 같은 달 27일 오전 3시 40분께 A씨의 시신을 자신의 차량 트렁크에 싣고 70㎞가량 떨어진 양양군 서면 구룡령 인근 도로변 10m 절벽 아래로 던져 유기했다.

시신 유기 장소는 예전에 오토바이 여행 중 알게 된 인적이 드문 구룡령을 선택했다.

이날 현장 검증을 처음부터 끝까지 울먹이며 지켜보던 이씨는 최씨가 딸의 시신을 도로변 절벽으로 던지는 장면에서 끝내 절규했다.

이씨는 “나와 내 딸을 비롯한 북한 여성들이 목숨을 걸고 탈북하는 이유는 그저 살고 싶기 때문”이라며 “목숨을 걸고 탈북한 내 딸을 도대체 왜 죽었나. 내 딸이 뭘 그렇게 잘못했나”라며 울부짖었다.

이에 최씨는 현장검증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유족에게) 죄송하다. 미안하다’는 짤막한 말만 남겼다.

경찰은 최씨에 대한 현장검증과 숨진 A씨의 부검결과 등 보강수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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