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상 희생 폄하…할 말, 못할 말 구별해야”

“서해상 희생 폄하…할 말, 못할 말 구별해야”

입력 2013-11-26 00:00
업데이트 2013-11-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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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유족 시국미사에 불만 “NLL 거론 용납하기 어렵다”

최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시국미사에서 연평도 포격 도발·천안함 사건 관련 발언이 나와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두 사건 유족들이 25일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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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형 당하는 정의구현사제단 모형
화형 당하는 정의구현사제단 모형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회 회원 150여명이 25일 오후 전북 전주시 천주교 전주교구청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를 열었던 정의구현사제단의 해체를 요구하며 화형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전주 연합뉴스


천안함 사건 당시 산화한 고(故) 최정환 상사의 자형 이정국씨는 이날 “정치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묻고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아무리 주장을 내세우려 해도 할 말과 못할 말은 구별해야 하지 않나”라며 “왜 연평도 포격 등 서해상에서 일어난 희생을 폄하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현재 천안함 유족 대표를 맡고 있는 이인옥씨는 “개인적인 정치적 성향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지만 그런 얘길 하면서 천안함과 NLL을 거론한 점은 용납하기 어렵다”며 “그럴 때마다 가족들의 마음이 매우 아프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씨는 “조만간 전주교구나 서울의 사제단 본부를 항의 방문하려고 가족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창신 원로신부의 발언 취지가 자신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으로 해석하는 유족도 있었다. 연평도 포격 당시 사망한 민간인 김치백씨의 사촌동생 치중씨는 “유족이나 고인 본인들을 비하한 게 아니라 뭔가를 설명하려다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아무리 그래도 신부님이 그렇게 나쁘게 생각해서 그런 말을 했겠는가. 가족들도 내 생각과 비슷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자유청년연합은 이날 박 신부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전주지검 군산지청에 고발했다. 군산지청은 접수된 고발장을 토대로 수사를 검토 중이다. 박 신부는 지난 22일 시국미사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해 북측의 입장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다른 보수단체들은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의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에 대한 비판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참여연대, 새사회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번 논란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등 더 중요한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정부가 반년 동안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아 정의구현사제단이나 신부님들이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논란을 격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논평을 내거나 따로 행동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신수경 새사회연대 대표는 “종교인이 발표한 비판적 입장을 청와대가 성급하게 비판하고 나서면서 문제가 커졌다”며 “청와대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대책 마련에는 고심하지 않고 정치적 논란을 부추기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3-11-2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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