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참사’ 부산 아파트 화재, 왜 피해 컸나

’일가족 참사’ 부산 아파트 화재, 왜 피해 컸나

입력 2013-12-12 00:00
업데이트 2013-12-1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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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로 대피했지만 유독가스 노출…스프링클러 없어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어머니와 어린 아이 3명 등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아파트가 노후돼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고 불이 순식간에 번진 점, 어린 아이가 많았던 점도 화재규모에 비해 피해를 키운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최초 화재 신고는 11일 오후 9시 35분께 숨진 홍모(34·여)씨가 집안에서 불길을 보고 119로 전화를 걸었다.

홍씨는 “현관 쪽에서 불길이 치솟는다”며 다급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했다.

2.5㎞ 가량 떨어진 화명119안전센터 등에서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10여분만에 화재현장에 도착한 당시 이미 홍씨 집 내부에 붉은 화염이 보이는 상황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한 소방대원은 “베란다 너머로 불꽃이 보이고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고 말했다.

7층까지 올라간 소방대원은 현관문이 잠겨 구조장비를 동원해 문을 여는 데 다시 수분을 소요해야 했다.

소방대원들이 옥내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해 불길을 잡았지만 이미 홍씨와 두 아이는 베란다에서 둘째 여아는 현관 옆 작은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홍씨는 손길이 필요한 두 아이와 함께 현관 밖으로 탈출하지 못하고 베란다 쪽으로 피신한 점도 결국 유독가스에 질식돼 화를 키웠던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특히 화재 발생 15분 전 홍씨가 남편과의 전화에서 아이들을 재우고 있다고 말해 뒤늦게 불이 난 것을 발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경찰 관계자는 말했다.

경찰은 둘째 아이가 엄마와 어린 동생, 오빠와 떨어져 현관 옆 작은방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된 점도 이같은 정황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화재가 난 아파트에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점도 화재 피해를 키웠다.

1996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1992년 16층 이상 공동주택에 스프링클러를 의무화한 법령을 적용받지 않아 스프링클러가 없는 상태였다.

복도식으로 이어진 아파트의 특성도 연기가 순식간에 옆집으로 번져 자칫 대피가 더뎠다면 더 큰 화를 부를 뻔했다.

경찰은 방이 3개인 이 아파트에서 추운 날씨에 전기장판을 사용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고 누전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12일 오전 10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가스·전기공사 관계자와 함께 화재 현장에 대한 2차 정밀감식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발생 지점이 현관 부근 방으로 추정되지만 확실치는 않다”며 “2차 현장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원인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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