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선물로 비 안새는 보육원 받고 싶은데 우린 선거때 표가 없어서 산타가 안 온대요

성탄선물로 비 안새는 보육원 받고 싶은데 우린 선거때 표가 없어서 산타가 안 온대요

입력 2013-12-26 00:00
업데이트 2013-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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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지원 뒷전에… 연말이 더 추운 아동복지시설

경북의 한 아동보육원은 5년 전부터 계획했던 보육원 건물 리모델링을 지난 10월 포기해야 했다. 건물 곳곳에서 비가 새고 웃풍이 심해 리모델링을 해야 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예산 부족으로 이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국고에서 4억원의 예산이 나왔지만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10억여원이 지원되지 않았다. 결국 국고 지원금 4억원도 다시 환수됐다. 보육원 관계자는 25일 “지역의 노인복지시설은 지자체의 지원금을 받아 증축과 시설보수 작업을 몇 개월이 멀다 하고 하는 반면 아동복지시설은 말 그대로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했다.

불우 이웃에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는 연말연시에도 아동복지시설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예산 부족에 ‘표(票)가 안 되는 사업’이어서 지자체마다 아동복지 사업을 후순위로 돌려놓는다. 지난해 전국 아동복지시설 281곳에 위탁된 아동은 모두 1만 5916명이다.

경기 지역의 한 아동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최모(34·여)씨는 지난달 자신의 월급에서 10만원을 떼어 보육원 아이들의 간식비로 내놨다. 아동 1명당 하루 500~1500원의 간식비가 지원되는 서울과 전북, 인천 등과 달리 경기도는 아동 생계비에 포함된 식비가 전부다. 울산과 전북도 간식비를 따로 지원하지 않는다. 최씨는 “돌아서면 배가 고프다며 먹을 것을 찾는 아이들에게 돈이 없어 밥 이외에는 사 먹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보육교사와 복지사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간식비를 모은다”고 털어놨다.

지난 9월 정부가 발표한 ‘지방재정 건전화를 위한 재원조정 방안’에 따르면 장애인 거주시설과 노인양로시설, 정신요양시설 사업은 2015년부터 중앙정부로 환원된다. 반면 아동복지시설은 여전히 지자체 주관 사업이다. 중앙정부 사업은 예산의 70~80%가 국고에서 지원되는 반면 지자체로 이양된 사업은 전체 예산의 70% 이상을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 지자체의 곳간 사정에 따라 복지·생활 수준이 천차만별인 셈이다. 아동복지시설 관계자들은 “표가 안 되는 사업에 예산 쓰기를 꺼리는 지자체의 속성상 아동복지시설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혜경 한국아동복지협회 부장은 “아이의 출생 지역에 따라 복지 혜택이 결정되는 현재의 제도는 옳지 않다”면서 “중앙정부가 책임을 지고 예산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아동복지시설 사업의 중앙정부 환원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시민 5만 5000명이 서명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008년 감사원이 장애인, 정신요양시설 등을 먼저 중앙정부에 환원하라고 권고해 우선적으로 시행한 것”이라면서 “아동복지시설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3-12-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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