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TV만 켜면 “편리한 대출” 대부업체의 ‘불편한 광고’

[생각나눔] TV만 켜면 “편리한 대출” 대부업체의 ‘불편한 광고’

입력 2013-12-30 00:00
업데이트 2013-12-30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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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파고드는 고금리 광고, 규제대상 인가 기업활동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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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한 지 1년이 된 취업준비생 김우영(가명·28)씨는 매일 아침 8시 도서관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대부업체 광고를 본다. 시내버스 앞문 번호판 아래에 적혀 있는 ‘○○론’이라는 글자가 자연스레 눈에 들어온다. 공부를 마친 저녁 집으로 돌아와 TV를 틀자 “(대부업이) 은행, 카드회사와 하는 일은 비슷하다”고 말하는 대부업체의 광고가 나온다. 김씨는 “취업준비생의 절박한 마음을 이용해 대부업체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려는 시도인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29일 금융업계와 소비자단체에 따르면 최근 버스와 TV 광고, 스포츠 마케팅 등을 통한 대부업체의 광고가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파고들고 있다. 생계형 대출을 필요로 하는 서민층과 금융 지식이 취약한 계층에 과도한 금리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영업 행위를 하는 대부업의 광고를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부업체 러시앤캐시가 최근 시작한 TV 광고는 이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광고는 신입사원의 어머니가 “너 은행이나 카드회사 가고 싶다며?”라고 묻자 “응, 하는 일은 비슷해”라고 답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제1금융권의 이미지를 이용해 최고 이자율 연 39%에 이르는 대부업체의 실체를 감추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회사는 올 초 방영한 TV 광고에서도 ‘버스와 지하철만 탈 수 있나, 바쁠 땐 택시도 타야지’라는 문구를 내걸어 대부업이 더 빠르고 편리하다는 이미지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회사원 최민지(29·여)씨는 “대부업체 광고를 자주 보다 보니 익숙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대부업에 대한 소비자의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대부업체 광고를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 금융소비자연맹 등 7개 시민단체는 지난달 ‘금융소비자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대부업 광고를 반대하는 시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네트워크 관계자는 “정부가 상환 능력을 고려치 않고 빚만 권유하는 대부업체 광고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부업 광고를 규제하려는 법 개정 움직임도 일고 있다. 부좌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대부업체 방송광고에 최고 이자율과 연체 이자율, 이자 외 추가 비용에 관한 구체적인 사례를 명시토록 하는 ‘대부업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대부업체들은 “기업의 정당한 영업 활동에 간섭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법에 따라 운영하는 대부업체는 불법 사채와 엄연히 다르다”면서 “지난해부터 외부 심의위원으로 구성된 광고심의위원회를 통해 부적절한 광고를 자체적으로 걸러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3-12-3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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