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어진 등 국보급 수백점 무등록 수리한 교수 입건

태조어진 등 국보급 수백점 무등록 수리한 교수 입건

입력 2014-06-24 00:00
업데이트 2014-06-2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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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계 “표구분야는 관계 전문가가 무등록으로 수리할 수 있어”

서울 광진경찰서는 태조어진, 승정원일기 등 국보·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를 무등록으로 수리·보존처리한 혐의(문화재수리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대학교수 박모(53·여)씨와 국립현대미술관 공무원 차모(58)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현행법상 문화재 수리업을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능력(보존과학기술자 1명, 보존처리공 1명, 훈증공·세척공·표구공 중 1명)을 보유하고 5천만원 이상의 자본금 등 요건을 갖춰 시·도에 등록해야 한다.

경기도 소재 Y대 교수 박씨는 1994년부터 서울 동작구 상도동 소재 문화재보존연구소에서 국보 239점을 하도급받아 수리해 총 13억8천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가 보존·수리한 문화재 중에는 국보 317호 ‘태조어진’, 국보 303호 ‘승정원일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무등록업체를 20년간 운영해오면서 국내 종이 보존처리 분야에서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하면서 문화재청, 고궁박물관 등으로부터 제한입찰에 참여해 문화재 공사를 수주했다.

경찰조사에서 박씨는 무등록으로 문화재를 보존·수리한 이유에 대해 “보존과학기술자는 회화 보존을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굳이 기술자의 자격증을 빌려 업체를 설립할 필요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서지 분야 권위자이고 문화재를 수리·보존할 능력이 된다고 해도 법에서 정한 등록 요건을 갖추지 않고 활동한 것은 현행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계는 국립중앙박물관과 문화재청 등 국가기관에서 박씨에게 승정원 일기 등 중요 문화재 수리·복원을 직접 맡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김선덕 서진문화유산연구소장은 “문화재수리에 관한 법률 5조를 보면 ‘표구와 같이 기술자가 없는 분야는 중요 무형문화재 보유자나 관계 전문가가 등록 없이 수리·보존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국가기관에서 법을 위반해 박씨에게 일을 맡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불법으로 문화재 수리 하도급을 준 보존과학업 대표 전모(46)씨 등 17명과 문화재수리 자격증을 대여해준 김모(60)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현행법상 전문문화재수리업자는 문화재 수리를 직접 수행해야 하며 하도급을 줄 수 없지만 보존과학업 대표 전씨 등은 보물 문화재의 보존처리 공사를 낙찰받아 무등록업체 연구소에 불법 하도급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전씨 등은 2012년 12월께 청주시청으로부터 보물 1258호 ‘보살사 영산회괘불도’ 보존처리 공사를 1억2천700만원에 낙찰받아 공사 금액의 20∼30%를 수수료로 공제한 9천500만원에 무등록업체인 K문화재연구소에 불법 하도급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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