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치솟는 월세에 광복로 ‘안테나숍’도 떠난다

천정부지 치솟는 월세에 광복로 ‘안테나숍’도 떠난다

입력 2015-07-23 14:34
업데이트 2015-07-2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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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중심가인 광복로에서 10년 넘게 영업을 해온 대기업 남성 의류 대형매장이 이달 말 폐업한다.

임대 재계약을 앞두고 건물주가 기존 월 임대료의 2배 가량인 4천여 만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매장 본사는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싼 다른 점포를 물색하지 않고 이례적으로 철수결정을 내렸다.

홍보효과나 시장·수요 조사 등을 겸한 일종의 ‘안테나숍’인 이 매장은 입점한 지 10여 년만에 광복로를 떠나게 됐다.

매장 관계자는 “대기업이라고 별수 있나. 오르는 임대료를 못 버티면 나가는 거다”고 말했다.

광복로는 지자체와 상인이 함께 노력해 침체된 상권을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치솟는 임대료에 상인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도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그동안 광복로를 지켜온 토박이 상권은 천정부지로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대기업 프랜차이즈점과 본사 직영점에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광복로 문화포럼’ 조사 결과 지난 2005년 광복로의 400여개 매장 가운데 80%가 토박이 개인 점포였는데 현재는 10%를 제외한 절대 다수가 이른바 메이커 점포로 바뀌었다.

그래도 건물주와 상인들은 높은 임대료에도 대기업 ‘안테나숍’이 브랜드 홍보라는 상징적 차원에서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여겼지만 이제 그 마지노선마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광복로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보통 안테나숍은 비싼 임대료에도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데 이번 철수결정은 충격적”이라며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려도 자본이 있는 대기업 매장은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광복로 건물주 사이에는 상권이 활성화된 만큼 임대료를 올려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이 때문에 임대차계약 갱신시 자칫 대기업 안테나숍의 연쇄적인 철수 현상도 우려된다는 것이 상인들의 말이다.

대기업보다 자본력이 약한 일반 점포들은 사정은 더 좋지 않다.

현재 광복로의 임대료 수준은 수년전에 비해 2∼3배 오른 평균 보증금 3억∼5억원에 1천만원에서 4천만원대까지 월세가 형성돼 있어 매월 임대료 맞추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최근 몇몇 노른자위 건물은 보증금이 최대 10억원까지 치솟고 월세도 5천만원에 육박한다고 광복로 상인들은 전했다.

문제는 그동안 수요가 있어서 임대료가 계속 오르는 악순환이 계속됐는데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50억여원의 최고가액에 거래된 광복로 중심의 한 3층 건물은 높은 임대료 탓에 10개월만인 최근에서야 애초보다 적은 월세에 세입자를 찾았을 정도다.

이외에도 광복로에 현재 10개 가량의 점포가 비어 있는 상태다.

김태곤 광복로 문화포럼 사무국장은 “안테나숍의 철수는 비싼 임대료 문제뿐만 아니라 시장으로서의 가치와 매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상황”이라며 “임대료 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상인, 건물주, 상권도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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