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의 든든한 보디가드

지하철역의 든든한 보디가드

최지숙 기자
입력 2016-02-23 22:36
업데이트 2016-02-24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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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성폭행 위험 처한 女 승객 구해

늦은 밤 지하철역 여자 화장실에서 성폭행을 시도한 범인을 잡은 역 직원들이 화제다.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의 정민엽(왼쪽) 부역장과 임성현 과장. 서울도시철도공사 제공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의 정민엽(왼쪽) 부역장과 임성현 과장.
서울도시철도공사 제공
지난 20일 오전 1시쯤 서울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여자 화장실에서 비명이 들렸다. 마지막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이 내리고 인적이 없는 틈을 노려 한 남성이 화장실에 간 여성을 따라 들어가 성폭행을 시도한 것. 마침 애오개역에서 근무하는 정민엽(58) 부역장과 임성현(44) 과장이 영업을 끝내기 전 화장실에 남은 승객이 있는지 확인하던 중이었다.

여성의 비명을 듣고 이들은 “무슨 일이냐”고 재차 물었지만 대답 없이 비명만 계속되자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소리가 나는 칸의 문을 열었더니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20대 여성을 넘어뜨린 채 목을 조르고 있었다.

정 부역장은 즉시 남성의 목을 뒤에서 낚아채 끌어냈다. 뒤따라 들어온 임 과장과 함께 범인을 끌고 밖으로 나왔다. 처음에는 체념한 듯 끌려나오던 범인은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외투를 벗으며 도망가려고 몸부림을 쳤다. 격렬한 몸싸움 끝에 근처에 있던 사회복무요원까지 가세해 제압했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그들은 범인을 바닥에 엎드리게 한 채로 붙잡아뒀다. 범인은 공덕지구대에 현행범으로 인계됐다. 임 과장은 피해 여성을 고객상담실로 데려가 안정을 취하게 한 뒤 연락을 받고 온 지인과 함께 귀가하도록 했다.

정 부역장은 “나도 비슷한 나이의 딸이 있는데 사고를 막을 수 있어 가슴을 쓸어내렸다”면서 “시민들이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꼼꼼히 확인하는 등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2016-02-2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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