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느리면 어때요… 꿈 포기 마세요”

“좀 느리면 어때요… 꿈 포기 마세요”

오세진 기자
입력 2016-03-06 22:56
업데이트 2016-03-07 00:0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16전 17기’ 경찰 도전 성공한 정정화 경장이 청춘에게 보내는 팁

“7년 동안 열여섯 번을 떨어졌는데, 결국 열일곱 번째에 합격을 했어요. 운 좋게 첫 번째 시험에 합격했더라면 제가 지금과 같은 시야로 세상을 볼 수 있었을까요. 빠르게 차를 타고 가면서 보는 풍경과 자전거를 타면서 보는 풍경은 너무나 다른 거잖아요.”

이미지 확대
정정화 경장
정정화 경장
‘16전 17기’의 도전 끝에 경찰(순경)시험에 합격한 여경이 자신의 ‘도전의 기록’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그는 서울 서대문경찰서 관내 초·중·고교 학교전담경찰관(SPO)으로 근무하면서 “남보다 늦게 출발한다고 실패한 인생은 아니다”라는 교훈을 전하며 상처받고 좌절한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 주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달 ‘좀 느리면 어때’라는 수필집을 펴낸 서대문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정정화(36·여) 경장. “오랜 수험 생활이 너무 힘들었는데, 그렇다고 합격한 나를 자랑하기 위해 쓴 것은 아니에요.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는 10대와 20대, 그리고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작은 용기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죠.”

정 경장은 2001년 시험을 준비하면서 학원에서 만나 합격 이듬해인 2008년 결혼한 문준호(37) 경감과의 사이에 아들딸을 두고 있는 워킹맘이다. 수필집을 통해 감추고 싶었던 마음의 생채기까지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풀어냈다.

정 경장은 2001년 2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 의류업체에 입사했지만 회의를 느껴 6개월 만에 그만두고 순경 공채시험을 준비했다. 공부를 시작한 3년 동안은 필기시험조차 합격하지 못해 한때 ‘이대로 사느니 그냥 죽어 버릴까’라는 극단적 생각까지도 했었단다.

그를 끝까지 버틸 수 있게 해 준 것은 가족의 격려와 지지였다. 그는 6일 “부모님께서는 ‘되지도 않는 공부 때려치우고 시집이나 가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으셨다”며 “남편도 끝까지 해보라고 격려를 해 주는 등 힘들 때 가족의 한마디는 정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2007년 순경시험에 합격한 후에도 편견의 벽을 부수기 위해 정 경장은 끊임없는 노력을 했다. 2013년 전보 당시 신상명세서의 학력 기재란에 대학 이름을 썼더니 부서장으로부터 “그냥 전문대라고만 적으면 될 걸 거창하게 대학이라고 쓰느냐”고 자존심 구겨지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정 경장은 학력에 의한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악착같이 일을 했다. 하지만 그런 욕심이 아이들에게는 ‘버럭 엄마’로 받아들여진 것을 보고 놀랐단다. “아이들이기 때문에 하는 실수인데, 내 아이를 완벽하게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화를 내는 자신을 보고 스스로 놀랐던 적이 있어요. 부담감을 내려놓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정 경장은 지난해 7월부터 학교전담경찰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관내 학교에서 범죄 예방교육 등을 할 때마다 ‘꿈’에 대한 물음을 학생들에게 던졌다.

그러나 학년이 높아질수록 ‘꿈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 경장은 “고학년일수록 ‘꿈이 없다’고 답한다”며 “요즘 학생들은 ‘대학에 안 가도 성공한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래서 그는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 ‘자신만의 속도’가 있기 때문에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나만의 목표’를 정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글 사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16-03-07 10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