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하게 범행 재연
충북 증평 80대 할머니 살인사건 피의자 신모(58·노동)씨가 6년 전 같은 마을 70대 할머니도 성폭행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DNA를 확보하고도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해 경찰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29일 괴산경찰서에 따르면 증평군 증평읍 80대 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신씨의 유전자가 2010년 10월 같은 마을의 70대 할머니 A씨 성폭행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용의자 DNA와 일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에 따라 이 부분을 집중 수사했다.
하지만 신씨는 “그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범행을 강력 부인하고 있다. 할머니 A씨도 “오래 전 일인 데다 범인이 밤에 침입해 인상착의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 용의자는 혼자 사는 A씨 집에 침입해 할머니를 성폭행한 뒤 불을 지르고 달아났었다. A씨는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빠져나와 목숨을 건졌다.
경찰은 검찰에 송치하기 전까지 탐문 수사로 증거를 보강할 방침이나 이 같은 어려움 때문에 성과를 거둘지는 불투명하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40분부터 40여분 간 80대 할머니 살해사건 현장검증이 이뤄졌다. 신씨는 갈색 모자와 파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지난 16일 담을 넘어 침입, 80대 할머니를 헛간으로 끌고 가 목 졸라 살해하고 방으로 옮긴 뒤 범행을 숨기기 위해 빗질까지 한 다음 농산물을 훔쳐 달아나는 범행 과정을 태연히 재연했다. 유족과 주민들은 ‘똑같이 당해야 한다’고 소리 지르며 분통을 터뜨렸다.
증평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