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롱환자에 줄줄새는 보험금…애꿎은 국민만 피해

나이롱환자에 줄줄새는 보험금…애꿎은 국민만 피해

입력 2016-06-02 11:25
업데이트 2016-06-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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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퇴원 조작·요양급여 뻥튀기한 병원도 한통속…“보험료 인상 주범”

회사원 이모(35)씨는 세후 5천만원의 연봉에 매달 16여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낸다. 거의 매년 인상되는 건보료는 올해도 또 오를 전망이다.

이씨와 달리 직업이 없는 주부 김모(58·여)씨는 지난 7년간 요양병원 2곳에 2천437일을 입원해 무려 5억3천여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일하지도 않으면서 연봉 7천만원을 챙긴 것이다.

김씨의 병명은 요추부 염좌. 보통 무거운 물건을 들 때 허리를 삐끗해 인대가 손상되는 증상이다.

며칠간 입원하면 충분했지만 김씨는 통증을 호소해 병원에 장기간 입원했다.

하지만 실제 입원일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김씨는 병원에 기재된 2천일 넘는 입원 기간 대부분을 집이나 병원 외부에서 보내는 ‘나이롱환자’였지만 병원은 이를 묵인했다.

환자에게 치료비를 받고 정부로부터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의사는 김씨를 진찰하지도 않고 보름 단위의 처방전을 미리 발급해주는가 하면, 간호사들은 김씨가 입원한 것처럼 간호기록부를 조작했다.

이 병원은 김씨 같은 나이롱환자의 식대와 병실 사용료 등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허위로 청구해 요양급여비 7억3천만원을 챙겼다.

김씨는 병원 측이 발급한 허위 입·퇴원 확인서로 보험사로부터 수억원대의 보험금을 받았다.

보장성 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한 김씨는 주부로서 웬만한 회사원이 받기 힘든 연봉 7천만원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매년 챙긴 셈이다.

김씨처럼 병원에 위장 입원해 억대의 보험금을 받은 나이롱환자 20명과 사실상 이들과 공모해 건강보험급여를 부풀려 챙긴 병원장, 의사, 간호사 등 12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 등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1인당 6∼20개의 보장성 보험에 가입한 뒤 통원치료면 충분할 경미한 병이나 질환에도 입원한 것처럼 속여 1천52차례에 걸쳐 50억1천만원의 보험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받은 보험금은 1인당 적게는 1억1천만원에서 많게는 5억3천만원, 입원 횟수는 18∼120회, 입원일수는 282∼2천437일에 달했다.

김씨 등이 입원한 병원은 주로 비의료인이 의사 명의만 빌려 운영하는 ‘사무장 병원’으로, 입·퇴원 관리가 허술한 점을 노렸다.

나이롱 환자가 돼 보험금을 타낸 이들의 직업은 보험의 생리를 잘 아는 전직 보험설계사를 비롯해 주부, 노점상, 노래방 업주, 공원 등 다양했다.

경찰이 의료 자문기관에 이들의 병원 진료기록부를 분석한 결과 적정한 입원으로 인정되는 비율인 입원 적정률이 평균 2∼3%에 불과했다.

적발된 20명 중 4명은 하루도 입원하지 않아 입원 적정률이 0%였다.

이들 중 상당수는 병원에 기재된 입원 기간 가족과 장거리 관광을 다니거나 시내 백화점·호텔·유흥주점 등지를 돌아다니며 일상생활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나이롱 환자를 허위로 입원시킨 병원 중 2곳은 브로커에게 환자 1명당 5만∼20만원의 소개비를 주고 나이롱 환자를 유치해왔다.

특히 입원도 하지 않은 환자의 식대와 병실 사용료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허위 청구해 요양급여비 8억3천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연간 보험사기 규모는 4조∼5조원에 육박하고, 최근 7년간 장기입원 환자의 평균 보험사기 금액은 2억8천만원에 달했다”며 “허위 입원에 따른 보험금 사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보험납입금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일 사기 혐의로 김모(58·여)씨 등 나이롱환자 7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조모(45)씨 등 모 병원 행정실장과 의사, 간호사 등 병원 관계자 12명도 입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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