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판결>회식 뒤 사망... 업무상 재해 여부는 ‘회사 통제 여부’가 가른다

<알쏭달쏭 판결>회식 뒤 사망... 업무상 재해 여부는 ‘회사 통제 여부’가 가른다

이두걸 기자
이두걸 기자
입력 2016-06-05 16:31
업데이트 2016-06-0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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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이모(당시 51세)씨는 2013년 10월 지점장 등 직원들과 인천 무의도에서 단합대회를 가졌다. 단합대회 첫날 밤부터 벌어진 회식은 다음날 새벽 2시에야 끝났다. 그것도 모자라 아침에는 해장술도 돌았다. 평소 주량이 소주 2병인 이씨는 3병 가까이 마셨다.

이후 이씨는 얼콰하게 취한 상태에서 동료들과 함께 선착장 주변 둘레길 산책에 나섰다가 길 옆 낭떠러지 20m 아래로 굴러 떨어져 숨졌다.

이씨 부인은 “남편의 사망이 업무상 벌어진 일”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다. 공단은 그러나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며 지급을 거절했고, 이에 이씨 부인은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호제훈)는 이씨 부인이 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가 자발적으로 술을 많이 마신 점을 주목했다. 재판부는 “단합대회가 사업주의 지배 아래 이뤄졌다고 해도 자발적으로 과음해 사고가 났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근로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인해 부상 등을 당했을 때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근로자가 회식 등 회사 밖의 행사 등에서 재해를 당한 경우 ?행사의 전반적인 과정이 회사 측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거나 ?근로자가 행사 등의 정상적인 경로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 있다고 인정될 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법원은 회식에 참석하다가 맨홀에 빠져 숨진 직원이나 회식에서 만취한 상태로 귀가하다가 택시에서 잘못 내려 숨진 근로자 등에 대해 모두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강제성 없는 2차 회식에 갔다가 싸움에 휘말려 사망했거나 회식 뒤 귀가하던 도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 등에서는 이씨 사례와 같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업자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사적 모임이나 출퇴근 길의 경우 사고가 발생해도 유족 등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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