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도어 관리실태 점검 앞두고 업체들 ‘날림 서류 준비’
구의역 스크린도어에 있는 ‘고객님의 안전’ 표지
2일 서울 광진구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공 사망사고 현장에 ‘고객님의 안전’이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표지가 붙어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응급 매뉴얼 교육 받았다고 다 사인해놔. 우리 그런 교육 안하잖아. 부족한 인원은 출장 갔다고 둘러대야지.”
부산의 한 스크린도어 정비용역업체에서 근무하는 A씨에게 3일 갑자기 서류 작업이 잔뜩 떨어졌다.
재난 상황 등에 대응하는 응급 매뉴얼 교육을 받았다고 직원들의 사인을 받은 뒤 서류로 만들어두라는 것이다.
7일 국토교통부 점검단이 오기 전에 각종 서류를 꾸미느라 회사는 비상이 걸렸다.
직원들은 한 번도 받아보지 않은 교육을 받았다고 허위로 사인했다. 비번인 동료 몫까지 필체를 바꿔가며 4번 사인을 하기도 했다.
화재시 승객 대피 요령이나 소화기 사용법,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복구교육이나 산업안전보건교육, 직무교육은 월 1회 의무이지만 서류에만 존재한다.
서류 위조를 지시한 회사 관리자도 “우리가 그런 교육을 한 적이 없잖아”라며 인정했다.
A씨 회사는 서류로 때울 수 없는 인원 부족 문제는 “출장 갔다”며 대강 둘러댈 계획이다.
A씨는 “회사가 부산교통공사에 인원이 10명이라고 보고했는데 그 중에 2명은 정비 업무와 무관하고 1명은 서울에 있어서 실제로는 7명이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구의역 사고 이후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을 대상으로 2일부터 10일까지 스크린도어 관리감독 체계 점검을 하고 있다.
서울메트로를 제외한 철도공사, 서울도시철도, 신분당선, 대전도시철도, 부산교통공사, 대구도시철도, 서울9호선, 인천교통공사 등 13개 기관이 대상이다.
국토부는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절차와 방법, 고장발생시 보고 절차와 작업 통제 실태 등을 서류로 점검한다.
점검항목과 점검주기, 고장기록, 고장시 분야별 응급조치 매뉴얼, 관제실 승인, 2인1조 작업 등 통제절차 관련 서류를 살핀다.
종합관제실에서 스크린도어 고장 시 경보 시스템과 처리 절차를 확인하고 역을 몇 군데 방문해 스크린도어 고장시 역무원 응급조치 절차를 확인한다.
A씨 회사는 부산교통공사로부터 먼저 국토부 점검을 받은 기관의 정보를 입수해 맞춤형으로 준비하고 있다.
책상 위에 산더미 같이 서류철을 쌓아두고 여럿이 작업에 매달렸다.
사무실 벽에는 갑자기 ‘산업현장 안전보건 수칙 10계명’ 같은 홍보물이 붙었다.
A씨는 5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에도 정부나 지하철 운영기관, 업체의 안이한 인식에는 변화가 없는 것 같다”며 “공사와 업체 사장만 배불리고 직원들은 착취당하고 위험에 노출된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