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어민 분노…“중국 어선 때문에 굶어 죽게 생겼다”

연평도 어민 분노…“중국 어선 때문에 굶어 죽게 생겼다”

장은석 기자
입력 2016-06-06 23:17
업데이트 2016-06-0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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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 어획량 급감하는데 중국어선은 NLL 넘나들며 불법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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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남방서 연평도 어민들에 붙잡힌 중국 어선
NLL 남방서 연평도 어민들에 붙잡힌 중국 어선 5일 새벽 서해 NLL 남방 연평도 근해에서 우리 어민들에게 나포된 중국 어선의 모습. 2016.6.5 [연평어민 제공] 연합뉴스.
NLL 한계 탓에 관계 당국 적극적인 단속 엄두도 못내

박태원(56) 연평면 어촌계장은 6일 “연평해전 때도 이렇진 않았는데 꽃게 어획량이 최악입니다. 오죽했으면 중국어선을 직접 나포했겠습니까. 굶어 죽게 생겼는데 위험한 거 따질 겨를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연평도 경제가 붕괴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의 말대로 올해 연평도 어획량은 심각할 정도로 줄었다.

옹진군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연평도 꽃게 어획량은 작년 같은 기간의 3분의1 수준인 5만 1600kg에 불과하다.

지난해 어획량도 전년도인 2014년 어획량의 반토막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극심한 어획난이 2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 사이 연평도 등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서 출몰하는 중국어선(봄어기 기준)은 2013년 1만 5560척, 2014년 1만 9150척, 2015년 2만 9640척 등 2년 만에 100%가량 급증했다.

어민들은 꽃게 어획난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어선의 싹쓸이 조업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박 어촌계장은 “중국어선이 쌍끌이 조업으로 꽃게 자원 서식처를 완전히 초토화하는데 살아남을 수 있는 생물이 없다”며 “이제는 중국어선이 아예 연평도 북방해역을 거점으로 삼고 무차별 조업을 하는데 정부는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남북 대치상황 때문에 북방한계선을 넘나드는 중국어선을 나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정부가 중국 쌍끌이 어선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해저 인공어초라도 충분히 설치해야 하는데 이런 노력이 부족했다고 어민들은 지적한다.

이러한 불신은 결국 중국어선을 어민들이 직접 나포하는 집단행동으로 이어졌다.

어선 나포에 동참한 해신호(9.77t) 선장 진종희씨는 “꽃게는 잡히지 않는데 연평도 앞바다를 새까맣게 메운 중국 어선들을 보고 참을 수가 없었다”며 “오죽하면 어민들이 직접 중국어선을 잡았겠느냐”고 토로했다.

연평도 어획난은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선주·선장·선원·주민 상당수는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빠뜨리고 있다.

우선 선주들은 선원을 구할 때 수협에서 빌린 수천만원의 대출금을 갚을 길이 막막하다.

선주들은 봄철 꽃게조업이 시작되기 전 1인당 1000만∼1200만원을 주고 선원을 구한다.

이 돈은 3∼6월 4개월치 월급을 미리 주는 것이다. ‘선용금’을 주지 않으면, 1척당 6∼7명에 이르는 선원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선주들은 미리 돈을 지불한다.

꽃게잡이 조업이 종료되면 지출비용을 제외한 어획수입 중 60%는 선주가, 40%는 선장과 선원이 분배하지만 올해는 수입이 워낙 저조해 선주와 선장·선원 모두 손에 쥐는 돈이 없을 것이라고 어민들은 전한다.

9.77t 어선을 소유한 선주 김모(51)씨는 “하루에 꽃게 700kg은 잡아야 연료비·어구·숙박비 등 지출비용이라도 건질 텐데 최근에는 하루 어획량이 120∼130kg에 불과해 조업을 하면 할수록 손해”라고 털어놓았다.

극심한 어획난이 이어지자 꽃게조업 출어를 아예 포기하는 어선도 늘고 있다.

일부 선주는 본인이 소유한 어선 2척의 선원들을 1척에 모두 태워 조업을 나가도록 하고 나머지 1척은 조업을 하지 않는다.

선원들의 사정은 더욱 어렵다.

꽃게잡이 어획수입이 지출비용을 넘어서야 선용금 외에 급여를 추가로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지출비용이 수입보다 높으면 선용금 중 일부를 토해내야 한다.

연평도 지역에서 그나마 씀씀이가 컸던 선장과 선원의 주머니가 가벼워지자 식당이나 숙박업소도 타격이 크다.

선원들은 예전에는 조업을 끝내고 식당에서 술도 마시며 피로를 달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3∼4명씩 지내는 여관방에서 좀처럼 나오지 못한다.

그물에 붙은 꽃게를 칼로 떼 주며 시간당 품삯 1만원을 받던 주부와 노인들도 일감이 없어 부두에 발길을 끊은 지 오래다.

주민 최모(65·여)씨는 “꽃게를 떼는데 시간당 1만원이지만 올해 1시간을 일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꽃게가 없다”며 “면사무소에 하는 공공근로사업을 하며 용돈을벌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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