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제 잘못입니다”…‘사패산 살인’ 피의자 담담히 범행 재현

“다 제 잘못입니다”…‘사패산 살인’ 피의자 담담히 범행 재현

입력 2016-06-16 14:05
업데이트 2016-06-1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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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살인·강간미수 혐의 적용해 20일 검찰 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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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사패산 살인사건 피의자
고개숙인 사패산 살인사건 피의자 사패산에서 홀로 등산하던 5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모(45)씨가 16일 경기 의정부경찰서에서 경찰의 현장검증을 위해 사패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가 죗값을 받겠습니다.”

사패산 살인사건 피의자 정모(45)씨의 현장검증이 16일 오후 2시 사건 현장인 사패산 호암사 100여m 부근 바위에서 진행됐다. 현장검증은 현장 인근까지만 공개됐다.

경찰서에서 호암사까지 경찰차로 이동한 정씨는 검은 모자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경찰의 손에 이끌려 등산로를 올라 범행 당시 상황을 재현했다.

호암사에서 현장까지 정씨가 이동하는 사이, 등산로에 있던 피해자 유가족 중 한명이 정씨에게 덤벼들려다 경찰에 제지되기도 했다. 경찰서에서부터 일관되게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던 정씨는 이때 감정이 북받친 듯 “죗값을 다 받겠다”며 소리치기도 했다.

정씨는 약 30분 동안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성폭행을 먼저 시도하다 피해자가 숨지자 금품을 훔친 과정을 담담하게 재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진술로는 확인 안 된 여러 부분을 오늘 현장검증을 통해 확인했다”며 “올라오는 동안 피의자가 조금 불안해하긴 했지만 범행을 담담하게 재현했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정씨가 현장검증 장소로 이동하는 길목과 사건 현장 근처에서 정씨의 모습을 지켜봤다.

시민 장모(58ㆍ여)씨는 “(사건 전에는) 매일 산에 왔는데, 사건이 터지고 무서워서 못 오다 오늘 처음으로 왔다”며 “그래도 무서워서 동네 친구 3명과 함께 올라왔다”고 말했다.

함께 온 박모(63ㆍ여)씨도 “등산하기 좋은 산이어서 혼자 자주 왔는데 이제 혼자 못 올 것 같다”며 “오늘 보면 욕을 해주려고 했는데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등산객 김모(62)씨도 “참 좋은 산인데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정씨는 현장검증에 앞서 의정부경찰서를 나서면서 애초 돈을 빼앗으려 했다고 진술했다가 성폭행하려다 숨지게 했다고 진술을 바꾼 이유를 묻자 고개를 푹 숙이고 “죄송합니다. 피해자와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제가 모든 잘못을 했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성폭행을 시도했냐”는 질문에 “죄송하다”고 짧게 대꾸했다.

그는 피해자와 가족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등 이어지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정씨는 지난 7일 오후 3시께 이곳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고 있던 정모(55·여)씨를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을 목적으로 접근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피해여성의 뒤로 다가가 목을 조르고 머리를 때려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상의를 올리고 속옷과 하의를 벗기려고 하는 등 성폭행하려다가 피해여성이 의식을 잃고 움직임이 전혀 없자 바로 현금 1만5천원이 든 지갑을 빼앗아 달아났다.

숨진 정씨는 다음날인 8일 오전 7시 10분께 등산객에게 발견됐다.

피의자 정씨는 시신이 발견되고 현장에서 남성의 DNA가 검출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압박을 느껴 범행을 저지른 지 사흘 만인 10일 오후 경찰에 전화를 걸어 자수했다.

경찰은 현장검증과 프로파일러 면담 등을 거쳐 진술의 모순점 등을 면밀히 조사해 오는 20일 기소의견으로 정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애초 구속영장 신청 당시 적용했던 강도살인 혐의 외에 강간미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기로 했다.

정씨의 얼굴과 신상은 지난 14일 김성권 의정부경찰서장을 위원장으로 한 신상공개위원회에서 비공개하기로 결정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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