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조직적 증거 은폐…간호사 실수로 군인 사망

병원은 조직적 증거 은폐…간호사 실수로 군인 사망

임효진 기자
입력 2016-06-20 09:52
업데이트 2016-06-20 11:0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병원은 조직적 증거 은폐
병원은 조직적 증거 은폐

인천의 한 종합병원에서 손가락 골절 수술을 받은 20대 군인에게 약물을 잘못 투여해 숨지게 한 혐의의 간호사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병원 측이 증거를 은폐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인천지법 형사5단독 김종석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간호사 A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인천지법에 따르면 인천 가천대 길병원 간호사 A(26·여)씨는 지난해 3 19일 오후 1 50분쯤 손가락 골절 접합수술을 받고 회복을 위해 병동으로 온 육군 B(20) 일병에게 주사를 놨다. 의사가 처방전에 쓴 약물은 궤양방지용모틴과 구토를 막는나제아였지만, A씨는 마취 때 기도삽관을 위해 사용하는 근육이완제인베카론을 잘못 투약했다.

B 일병은 투약 후 3분 뒤 심정지 증상을 보였고, 같은 날 오후 2 30분쯤 병실을 찾은 누나에게 뒤늦게 발견됐다. 그러나 곧 의식불명에 빠졌고 약 한 달만인 지난해 4 23일 저산소성 뇌 손상 등으로 숨졌다.

A씨는 수사기관 조사에서주치의가 지시한 약물을 정상적으로 투여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경찰이 신청한 A씨의 구속영장도 기각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B 일병에게 베카론을 투약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음에도 수시로 비우게 돼 있는 간호사의 카트에서 사고 후 베카론 병이 발견된 점 등 정황증거와 간접증거를 토대로 검찰 측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확한 확인 없이 약물을 투약해 피해자를 숨지게 한 중한 결과를 초래했다피고인의 과실로 젊은 나이에 군 복무를 하던 피해자는 생명을 잃었고 유가족들은 큰 고통을 느껴 과실이 매우 중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병원 측이 사고 발생 직후 병동 안에 있던베카론을 없애고 간호 기록지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각종 증거를 은폐하려 한 정황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병원 측은 사고 후 B 일병이 숨진 병동에 설치된 비치약품함 안에서 베카론 3병을 빼내고 고위험약물의 위치도 바꿨다. 병원 직원들은 이 약물을 병원 내 약국에 반환한 것처럼약품비품 청구서와 수령증을 허위로 작성했다. 서랍에 보관되던 이 서류는 결국 수사기관으로 넘겨졌다.

재판부는병동에서 보관하던 베카론 병을 두고 병원 관계자들이 한 일련의 조치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결과적으로 사고 당시 병동에 해당 약물이 어느 정도 보관돼 있었는지 등 판단이 불분명해지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병원의 전반적인 약품관리 상황이 체계적이지 못했고 그 과실도 무시할 수 없다언제든 환자에게 약물이 잘못 투약 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많이 본 뉴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당신의 생각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5월 21일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