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선장 임무라고 좋아했는데…막내마저 비명에”

“첫 선장 임무라고 좋아했는데…막내마저 비명에”

입력 2016-06-20 16:37
업데이트 2016-06-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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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형은 건설현장서 추락사, 아버지도 오래전 사고로 숨져

“선장으로 첫 임무라고 무척 좋아하면서 떠났는데…막냇동생마저 이역만리 망망대해에서 비명에 가다니”

20일 새벽 6시. 인도양에서 발생한 선상 반란 사건의 비보를 접한 선장 양모(43) 씨의 둘째 형(45)은 넋을 잃었다.

강원 인제군에 사는 양 선장의 둘째 형은 비보를 접하고도 속으로 울음을 삼켜야 했다.

올해로 83세인 노모가 이를 알기라도 하면 실신해 쓰러져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치매 증상을 겪은 노모의 얼굴은 이날따라 유난히 밝아 둘째 형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양 선장은 지난 3월 ‘광현 803호’를 타고 인도양으로 원양어업을 떠나기 전에 인제 고향 집을 방문했다.

둘째 형과 노모는 이것이 양 선장의 마지막 모습이 될 줄은 당시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둘째 형은 “막냇동생이 떠나기 전에 ‘고기를 잘 잡아서 운이 좋게도 선장으로서 첫 임무를 맡았다’고 무척 좋아했다”며 “결과적으로 그 좋은 운 때문에 이런 황망한 일을 당한 것 아니냐”고 울먹였다.

인제 두메산골에서 삼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나 바다와 인연이 없을 것 같던 양 선장의 어릴 적 꿈은 원양어선 선장이었다.

둘째 형은 “막냇동생이 강릉 주문진의 해양 관련 고교에 진학했다고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며 “고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줄곧 원양어선만 타고 다녀 2년에 한 번 정도 얼굴을 보는 것이 고작이었다”고 말했다.

양 선장이 원양어업을 마치고 고향 집을 방문하는 날이 가족 전체 모임 날인 셈이었다.

양 선장의 비극적인 가족사도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양 선장은 아버지와 큰 형도 사고로 잃었다고 한다.

둘째 형은 “큰 형은 7∼8년 전 서울의 한 건설현장에서 추락사고로 숨졌다”며 “따지고 보면 오래전 아버지도 제명에 살지 못하고 집에서 돌부리에 넘어지는 사고로 숨지셨다”고 회상했다.

둘째 형은 “노모에게 오는 8월에 막냇동생이 고향 집에 온다고 했는데”라며 “아무래도 노모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막냇동생이 또 다른 원양어선의 선장 임무를 맡아 다시 바다로 떠났다고 거짓말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한편 이날 오전 2시께 인도양 세이셸 군도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부산 광동해운 소속 광현 803호(138t) 참치 연승 원양어선에서 베트남 선원 B(32) 씨와 C(32) 씨가 양 선장 등 2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선상 살인사건이 나자 인도네시아 항해사가 선사에 연락했고 선사는 다시 해경 당국에 신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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