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던져진 세살배기의 죽음…방치 31시간의 의문

벽에 던져진 세살배기의 죽음…방치 31시간의 의문

입력 2016-06-27 11:38
업데이트 2016-06-2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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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남 범행 이후 시신 옆에서 술 먹고 잠자고…“술 깨기 싫었다” 동거녀 “아이가 자는 줄로만…다가가려 하면 동거남이 막아”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동거녀의 세살배기 아들을 벽과 장롱을 향해 두 차례 집어 던져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 ‘시신이 방치된 31시간’ 동안 두 사람의 행적이 의문이다.

최초 범행 시간으로 추정되는 24일 오전 1시부터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25일 오전 8시까지 31시간 정 씨와 동거녀 A(23) 씨의 행적이 선뜻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정 씨가 범행 이후 31시간 동안 신고조차 하지 않은 데다, A 씨 역시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행동 등 두 사람의 행적이 석연치 않다.

경찰 조사 내용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신 정 씨는 24일 오전 0시께 만취 상태로 귀가했다.

정 씨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작은 원룸 안에는 동거녀의 3살배기 아들 대변 냄새가 진동했다.

기저귀에서 흘러넘친 대변이 방바닥 등에 묻어 화가 난 데다 씻긴 뒤에도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자 순간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정 씨는 아이의 다리를 잡고 두 차례나 벽과 장롱을 향해 집어 던졌다.

뼈도 영글지 않은 세살배기 아이의 숨은 그대로 끊어졌다.

덜컥 겁이 난 정 씨는 인공호흡을 했지만, 아이의 호흡과 맥박은 돌아오지 않았다.

정 씨는 같은 날 오전 1시 4분께 자신의 친구에게 ‘아이를 죽였다’는 문자를 보내고 집에 있는 술을 더 마신 뒤 잠이 들었다.

메시지를 받은 친구는 이날 오후 11시께 정 씨를 직접 찾아갔으나 집 앞에서 만난 정 씨는 연방 담배 연기를 뿜어낼 뿐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다시 집으로 들었다고 한다.

그는 범행 이후 술에서 깨기가 싫어 계속해서 술을 마셨다. 술이 떨어지면 인근에서 술을 사와 계속해서 마셨다.

신고도 하지 않은 채 31시간 동안 아이의 시신을 수건으로 덮어놓고 그 옆에서 술을 마시고 잠을 잤다는 점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아이의 모친인 A 씨는 왜 아이의 죽음을 몰랐던 걸까.

유흥업계에서 일하는 A 씨는 정 씨의 범행 당일 오전 6시가 돼서야 귀가했다.

술에 취한 탓에 자기 아들이 숨진 사실조차 모른 채 잠을 잤다.

같은 날 오후 6시께도 아들이 자는 줄로 알고서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은 채 다시 일을 나가기 바빴다.

결국, A 씨는 정씨가 25일 오전 2시 “내가 아이를 죽였다. 술에 취해 실수를 저질렀다. 미안하다”고 털어놓고 나서야 수건에 쌓인 싸늘한 아들의 시신을 확인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휴대전화 발신이 정지돼 신고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발신이 정지된 휴대전화라도 112나 119와 같은 긴급전화는 발신이 가능하다.

경찰은 당황한 두 사람이 이 사실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고 있지만, 공중전화나 방문신고 등 대체수단이 있었음에도 곧바로 신고하지 않은 것은 미심쩍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귀가해 아이에게 다가가려 하자 정 씨가 ‘자는 아이를 왜 깨우느냐’며 말려 자는 줄로만 알았다”고 진술했다.

직업 특성상 A 씨도 술에 취해 있던 데다 아이의 부패 정도가 심하지 않아 사망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결국, 정 씨의 친구가 지난 25일 오전 8시께 경찰에 신고하면서 이 사건은 세상에 알려졌다.

경찰은 정 씨가 아이를 평소에도 때리거나 방임하는 등 아동학대가 있었는지 등을 추가로 수사 중이다.

숨진 아이의 사인 규명을 위해 오는 2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한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 진술로 미루어보아 평소 학대는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분은 부검결과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원 춘천경찰서는 동거녀의 아들을 집어 던져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정 씨에 대해 지난 26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 씨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27일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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