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구속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를 비롯해 롯데면세점 입점 업체로부터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30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지난 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법원은 7일 신 이사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10일 검찰에 따르면 롯데그룹 비리 사건 수사에 현재 투입된 서울중앙지검 수사부는 특수4부(부장 조재빈),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 등 이다. 여기에 특수3부와 강력부 소속 검사들이 차출돼 수사를 지원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업수사일 것”이라면서 “그만큼 롯데그룹의 비리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롯데케미칼(옛 호남석유화학)이 KP케미칼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 비정상 경영이 일상화한 대표 사례다. 롯데케미칼은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허위 자산을 근거로 국가를 상대로 법인세 소송을 벌여 270억원을 환급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대기업이 국가를 적극적으로 속여 거액을 뜯어낸 것을 수사하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당시 재무·회계 담당 임원이였던 김모(54)씨를 구속기소하는 한편, 당시 윗선이었던 허수영(65) 롯데케미칼 대표와 신동빈(61) 회장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롯데홈쇼핑은 임직원들에게 준 급여를 돌려받고, 상품권을 할인가로 현금화하는 ‘상품권깡’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포착됐다. 지난해 4월 채널 재승인 심사를 담당한 미래창조과학부 담당 공무원들에 대한 로비용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 없이는 실행 불가능한 행위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신영자(74·구속) 이사장이 네이처리퍼블릭 등으로부터 롯데면세점·롯데백화점 매장 입점 대가로 35억원을 받아 챙기고, 차명 소유한 회사를 통해 40억원을 횡령 일도 이사회 등 정상적인 기업 의사결정 과정이 있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이 밖에도 신격호(94) 총괄회장과 내연 관계에 있는 서미경(57)씨 소유 회사에 롯데시네마가 팝권 판매매장 등의 운영권을 주고 연 2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한 점, 서씨와 롯데건설의 불투명한 부동산 거래 등도 검찰 수사 한달만에 백일하에 드러났다. 롯데 계열사들이 동원돼 신 총괄회장의 부동산 주식 등을 고가에 사들인 점 등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이런 비정상적인 경영행위가 일본 계열사를 통한 불투명한 지배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