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끼리 쿵! 쾅!’ 잇단 충돌사고…불안한 바다

‘선박끼리 쿵! 쾅!’ 잇단 충돌사고…불안한 바다

입력 2016-07-11 14:03
업데이트 2016-07-1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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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조업, 노후어선 원인… 정부, 안전교육·인프라 강화키로

조업을 위해 바다로 나갔다가 다른 선박과 충돌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때론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져 육상의 교통사고 못지않게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어선 충돌사고는 올해 1분기(1∼3월)에만 50여 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159건, 2014년 102건, 2013년 100건 등으로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

어선 충돌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지난해 사망 9명·부상 84명, 2014년 사망 14명·부상 110명, 2013년 사망 6명·부상 76명으로 집계됐다.

어민의 무리한 조업 관행과 사고에 취약한 노후어선의 운항, 안전장비 미흡, 소형어선의 안전 관련 규제 적용 면제 등이 사고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 발신장치 꺼뒀다 ‘쿵!…안전 소홀 ’쾅!

11일 오전 2시 17분께 제주 추자도 남서쪽 15㎞ 해상에서 정박 중인 경북 포항 구룡포 선적 채낚기 어선 N호(39t·승선원 12명)의 선원 박모(51·부산)씨가 어선이 갑자기 심하게 흔들리는 바람에 바다에 빠졌다.

박씨는 동료 선원들에 의해 30여 분만인 오전 2시 52분께 구조됐으나 숨졌다.

해경은 부근을 항해하던 파나마선적 화물선인 T호(2천39t·승선원 9명)가 N호의 시앵커(Sea anchor·해묘)와 연결된 밧줄을 미처 보지 못해 그대로 지나가면서 어선이 흔들려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2일에는 짙은 안갯속을 운항하던 화물선과 소형어선이 충돌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오전 10시 30분께 전남 신안군 흑산면 예리항 북쪽 4.3km 해상에서 438t급 화물선(목포선적)과 2.86t급 소형어선(선외기·대물도선적)이 충돌했다.

이 사고로 어선이 침몰해 선장 A(65)씨가 실종됐고 아내 B(55·여)씨는 사고 직후 화물선 선원들에 의해 구조됐으나 끝내 숨졌다.

지난 5월 5일 오후 10시 19분께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는 6만2천t급 유조선 A호(싱가포르 선적)과 4t급 새우 조망 어선 S호(국동 선적)와 어선이 충돌하는 사고가 나 어선 선장 강모(58)씨가 해상으로 추락해 숨졌다.

여수는 유조선과 어선 등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어서 이 같은 충돌사고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선박에는 일반적으로 자동위치식별장치(AIS)나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레이더가 있다.

화물선 등 대형 선박은 AIS와 레이터 시스템을 갖췄으나 소형어선은 이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V-PASS를 쓰는 경우가 많다.

두 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위험 반경에 들어선 선박 간에는 물론 VTS에도 위험 신호가 울린다.

선박의 레이더상으로도 인근 어선의 위치를 식별할 수 있어 충돌 가능성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장치가 정상 작동했더라도 VTS에서 수많은 선박을 모두 관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소형 선박은 레이더에 잘 감지되지 않는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일부 어선은 조업이 잘되는 곳을 선점하려고 이들 장치를 고의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에서 어업구역을 놓고 다투다 고의로 다른 배를 들이받은 일도 있다.

지난 4월 17일 오전 7시 40분께 선원 4명과 함께 영덕 축산항 동쪽 18마일 바다에서 이 지역 선적 자망어선 U호(9.7t) 선장 박모(55)씨가 선원 4명과 함께 축산항 동쪽 18마일 바다에서 대게 통발 놓다가 인근에서 조업하던 구룡포 선적 어선 D호(7.9t) 선원과 시비가 붙었다.

구룡포 선적이 영덕 바다에서 대게를 잡는다는 이유로 두 배 선원 사이에 한동안 승강이를 벌였다.

화가 난 박씨는 인근 어선들에 무선으로 D호가 자기 배를 들이받고 달아났다는 거짓 정보를 알렸다.

이에 다른 어선이 D호에 접근해 운항을 방해하자 박씨가 그 틈을 타 고의로 자신의 배로 D호 앞부분을 충돌했다.

D호는 앞부분이 약간 부서지고 타고 있던 선원 4명은 당시 충격으로 넘어져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 소형어선 사고 많아…안전 교육·인프라 강화

어선 사고는 선령은 물론, 톤수가 적을수록,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부터 최근까지 5년간 5∼10t은 28.9%를 차지했고 20∼50t은 35.9%를 차지했다.

국내 등록된 어선은 6만8천417척, 이 중 5t 미만 어선은 5만7천956척이다. 충돌사고 발생 시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강화플라스틱(FRP) 재질의 어선은 6만3천556척이다.

연근해 어선 4만5천여척 중 21년 이상 된 어선은 2014년 기준 13%에서 2019년 36%로 늘어난다.

해수부는 소형어선 사고 인명피해를 2020년까지 30% 줄이는 것을 목표로 ‘2016 연근해 어선사고 예방 대책’을 마련, 추진하고 있다.

우선 안전 불감증을 퇴치하고자 수협 어업정보통신국을 통해 심폐소생술, 소화·구명설비 사용법 등 실습교육을 강화한다.

수시 교육이 가능한 상설 교육장을 운영하고, 교육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원거리 도서 벽지 어민이나 비조합원 대상으로 ‘찾아가는 순회교육’을 한다.

올해 비조합원 3만5천명을 포함해 총 4만8천명에게 450여회에 걸쳐 전문강사가 현장 순회교육을 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선주·선장·간부 선원 이외 일반 어선원과 외국인 어선원도 직접 교육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충돌 등의 사고를 예방하고 신속한 구조요청 교신을 위해 5t 미만 어선에 자동소화장치, 단파대 무선전화 등 소방·통신장비 설치를 지원한다.

사고 시 생존율을 높이도록 착용이 편리한 팽창식 구명조끼 보급을 늘리고, 어선 사고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노후 엔진 교체도 확대한다.

배에 실리는 화물 중량 한계를 나타내는 만재홀수선 표시 대상을 확대하도록 검사기준을 개정하고, 위치발신장치 미작동 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한다.

사고위험 어선 입출항 통제, 구명조끼 착용과 안전교육 의무화 등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어선안전조업법 제정도 추진한다.

2011∼2015년 5년간 연근해 어선 사고로 연평균 97명이 사망·실종됐다. 사고 대부분은 운항 부주의 등에 따른 충돌, 좌초, 기관결함 때문에 발생했다.

최완현 해수부 어업자원정책관은 “조업 중에는 사소한 부주의가 바로 인명사고로 이어지므로 어업인이 구명조끼를 상시 착용하는 등 안전수칙을 일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아람, 장덕종, 고성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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