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헬기 산소호흡기 사고’ 피해자 母 “의료사고 입증 막막”

‘소방헬기 산소호흡기 사고’ 피해자 母 “의료사고 입증 막막”

입력 2016-07-19 09:13
업데이트 2016-07-1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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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타기 전 딸 목소리 선해”…의식 회복했지만 여전히 중환자실

“헬기 타고 먼저 가 있어. 엄마 금방 따라갈게.”, “응.”

지난 7일 소방헬기로 딸을 전북에 있는 병원에서 서울로 옮기려다가 산소공급 장치 고장으로 딸이 의식불명에 빠지는 일을 겪었던 A씨는 아직도 딸과 나눈 마지막 대화가 귀에 선하다.

A씨는 헬기를 이용해 딸을 서울지역 병원으로 이송하려다가 평생 잊을 수 없는 ‘아픔’을 겪었다.

헬기에 설치된 의료키트의 산소호흡기가 고장 나면서 5∼10분간 산소공급이 중단된 A씨의 딸은 인공호흡기를 호흡기관 내에 삽관해야 했고, 의식도 없는 상태에 빠졌다.

사고 다음 날인 8일 A씨는 구급차를 이용해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딸을 옮길 수 있었지만, 딸의 건강은 이미 많이 악화한 뒤였다.

A씨는 서울에 있는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딸을 아침, 저녁 한 차례씩 면회하며 돌보고 있다.

A씨는 19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서울 병원으로 옮겨 온 뒤 조금 안정이 돼서 의식이 가끔 돌아오고 호흡기관 내에 삽관한 인공호흡기는 빼낸 상태지만 여전히 아이 상태가 좋지 않다”며 “눈을 마주치는 정도의 간단한 의사소통은 하는데 뇌에 손상이 온 것인지 말이나 기억이 온전치는 않은 것 같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한 차례 큰 고비를 넘긴 A씨의 아픔은 끝나지 않았다.

딸의 생명이 오가는 사선을 넘나든 뒤에도 장비정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소방당국과 진료를 책임졌던 병원 등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12일 인터넷에 글을 올린 뒤에야 소방당국에서 연락이 왔다. 헬기 출발 전에 한 차례 산소공급기를 점검했고, 도착 5분 전에도 기계를 점검했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하지만, 실제 산소공급기를 사용할 때 압력이 세지면서 연결 장치에 이상이 생겨 고장이 발생했다는 해명과 장비점검 등은 기존에 하던 대로 진행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헬기에 타기 전에 산소가 떨어진 부분에 대해서도 정확한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며 “당시 상황이 다급해 아이 아빠가 병실로 직접 산소통을 가지러 갈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사고 과실을 입증하기 위해서 중앙구조본부 측에 정비 기록 등을 정보공개 청구해 놓았다.

또 헬기 사고 전후 딸의 상태를 비교하려고 응급실과 중환자실 입원 기록과 차트 등을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딸의 치료를 위해 생업에 매달려야 하는 남편과 중환자인 딸을 돌봐야 하는 A씨가 감당하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다.

A씨는 “소방당국의 말대로 정비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번 사고는 돌발적으로 일어난 사고가 될 텐데 이게 잘못됐다는 것을 증명할 길이 막막하다”며 “또 이를 증명했다 해도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이가 헬기 사고로 상태가 악화했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어렵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일단은 아이가 회복하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에 아이를 돌보는 일에 집중하고, 정보공개청구와 의료기록 확보 등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조금씩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중앙119구조본부 관계자는 후속 대책에 대해 “이번 사고에 대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고, 가족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보상절차 등 후속조치는 일단 감찰조사 결과가 나와서 책임소재가 분명해 져야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병원 측에도 헬기가 도착하기 전 산소가 떨어지는 등 과실이 있어서 당시 상황 등을 정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병원 측도 “이런 사고가 나서 안타깝다”며 “사고 당시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구조본부에서 주장하는 병원 과실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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