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남편, 구속영장 두 차례 기각 끝에 아내 살해

가정폭력 남편, 구속영장 두 차례 기각 끝에 아내 살해

명희진 기자
명희진 기자
입력 2016-07-20 23:34
업데이트 2016-07-2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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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된 60대 남성이 끝내 아내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14일 송모(61)씨와 아내 A(58)씨가 관악구 자택에서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고 20일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부검한 결과 두 사람 장기에서 약물이 발견됐고, 현장에서 발견된 송씨의 유서에는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앞서 경찰은 A씨를 상습적으로 때린 혐의로 송씨에 대해 지난 3월 초와 5월 말 두 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구속의 필요성이 없다”며 이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각 구속영장 심사 단계에서는 그 시점에서 제출된 자료 등을 바탕으로 구속의 사유인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지에 대해 판단했다”며 “송씨가 아내의 유일한 보호자로서 아내의 병간호를 하고 있었고 아내도 송씨와의 관계 회복을 원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던 점을 참작해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A씨는 이어지는 남편의 폭력에도 “내가 맞을 만해서 맞았고 남편은 죄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의 설득 끝에 A씨는 6월 말 쉼터로 가서 남편과 격리됐다. 송씨는 이후에도 A씨에게 ‘죽여줄게’라는 살인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계속 보냈다. 쉼터에 적응하지 못했던 A씨는 남편에게 돌아갔고 끝내 사망했다.

 경찰은 송씨에 대해 세 번째 구속 영장을 신청해 지난 18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상황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약물의 성분은 현재 분석 중”이라며 “격리를 해야 할 상황인데도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격리하지 못하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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