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버스에서 나오지 못하고…얼마나 무서웠을까”…엄마 눈물

“더운 버스에서 나오지 못하고…얼마나 무서웠을까”…엄마 눈물

입력 2016-07-31 11:40
업데이트 2016-07-3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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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도착 2분전에 탔는데…물 한모금 없이 8시간 차안 방치”폭염 속 통학버스 방치 4세 아이母 “겁 많은 아이인데, 가슴이 너무 아파요”

“아침에 배웅할 때만 해도 건강한 모습으로 차에 탔어요. 겁도 많은 아이인데 더운 버스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얼마나 무서웠을지 가슴이 너무 아파요.”

통학버스에 탄 네살배기 어린이가 최고 35도가 넘는 폭염 속에 8시간 동안 방치돼 의식불명에 빠졌다.

A(4) 군의 어머니 B(37) 씨는 31일 “유치원과 차로 2분 거리라 늘 마지막에 통학버스에 탔다. 그 사이 아이가 잠들었을 리도 없을 텐데 어떻게 발견하지 못했는지 상상이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동포인 B 씨는 광주의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던 남편(46)을 따라 초청 비자로 2011년 한국에 왔다.

비자 조건 때문에 취업을 할 수 없었지만 집에서 글을 쓰며 생후 43개월 된 A 군과 동생(27개월)을 같은 곳에 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보냈다.

최근 A 군 유치원에서 전체 방학(8월 1∼3일)에 앞서 7월 27∼29일까지 종일반만 운영하는 형태로 방학한다고 공지하자 B 씨는 유치원에 가고 싶다는 아들의 뜻에 따라 지난 26일 저녁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돌봄교실’에 3일 내내 참가하겠다고 알렸다.

지난달까지는 아침에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거부하고 울 때도 있었지만 이번 달 들어서는 부쩍 의젓해진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집과 유치원은 성인 걸음으로 3분, 차로 2분 거리에 불과했지만 차를 타는 것을 좋아하는 A 군은 항상 통학버스를 탔다.

그러나 돌봄교실 셋째 날인 지난 29일 오후 B씨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A 군을 데리러 가려고 집을 나선 B 씨는 통학버스에 방치된 아들을 당장 대학병원에 이송해야 한다는 날벼락 같은 전화를 받았다.

엄마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차에 탔던 아들은 3일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B 씨는 “아들이 탑승할 때는 뒤에서 세 번째 좌석에 앉았으나 발견 당시에는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는 말을 들었다.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몇 시간을 힘들어했을지”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B 씨는 “지난 6월 안전벨트를 못 풀고 있는데 교사가 차 밖에서 다른 아이들을 먼저 내려주자 자신만 두고 가는 줄 알고 30분 넘게 울어 집에 전화가 올 정도로 겁이 많은 아이다. 한 번만 더 확인을 해줬더라면 자기만 두고 내리지 말라는 요청을 분명 들을 수 있었을 텐데”라며 탄식했다.

A군은 지난 29일 오후 4시 42분께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 옆 대로변에 주차 중인 25인승 통학버스 뒷자석에서 운전기사 임모(51)씨에 의해 발견됐다.

A군과 원생 8명을 태운 버스는 오전 9시 10분께 유치원에 도착했으나 인솔교사 정모(28·여)씨와 운전기사 모두 운행 종료 후 차 안을 맨 뒷좌석까지 확인하도록 한 통학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운전기사는 A군이 남아 있는 것을 모른 채 차량을 세차장에서 세차한 뒤 9시 50분께부터 인근 아파트단지 대로변에 주차했고 A군은 밀폐된 버스 안에서 아침부터 유치원이 끝날 때까지 갇혀 있었다.

경찰은 인솔교사와 운전기사, 원장 박모(52·여)씨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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