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들 초임 때 죽음 다루며 외상 후 스트레스 얻어”

“경찰관들 초임 때 죽음 다루며 외상 후 스트레스 얻어”

입력 2016-09-04 10:30
업데이트 2016-09-0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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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석사 논문서 경찰관 118명 설문조사…“호스피스 교육 절실”

경찰관들이 초임 시절에 사망사건 등 끔찍하고 충격적인 사건을 많이 다루지만, ‘죽음’을 수용하는 방법을 교육받지 못해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4일 한양대학교 임상간호정보대학원 김민정 씨의 석사 논문 ‘경찰공무원의 외상 후 스트레스와 죽음인식’은 서울 일선 경찰서 경찰관 118명을 설문조사 방식으로 연구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

설문에 참여한 경찰관들은 도봉·노원·강북경찰서 소속으로 남성이 96명, 여성이 22명이었다. 연령대는 20∼50대로 다양했다.

소속은 생활안전과 52명, 수사과 50명, 여성청소년과 16명이었고 경위 46명, 경사 37명, 경장 27명, 순경 8명 등 비교적 하위직이 참여했다.

연구결과 경찰관의 평균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정도는 5점 만점에 2.2점으로 스트레스 징후가 ‘드물게 나타나는’ 수준이었다.

경찰은 업무 특성상 대체로 초임 시절 사망사건을 다루게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관 후 1년 이내에 사망사건을 다뤘다고 답한 참여자가 22.0%로 가장 많았고, 이 중 9.3%는 임관 후 3개월도 되지 않아 사망사건을 처리했다고 응답했다. 임관 후 3년이 되기 전에 사망사건을 다뤘다고 답한 이도 8.5%였다.

이들은 초임 시절 겪은 사망사건이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생각 나는 점”(41.5%)이 가장 힘들다고 답했다.

16.9%는 ‘(사망사건을 다루는) 전문 기술이 부족해서’ 어렵다고 답했고, 14.4%는 “죽음 자체가 두렵다”고 응답했다.

스트레스 징후로는 ‘충격적인 사건을 처리하던 당시 감정이 떠오른다’가 가장 많았다. ‘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어떤 것에도 식은땀이나 호흡곤란, 메스꺼움, 두근거림 등 신체적 반응이 나타난다’고 답한 경찰관도 있었다.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35.6%가 “취미생활”, 23.7%가 “친구나 동료와 대화”라고 대답했다. “술이나 담배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답한 경찰관도 19.5%로 적지 않았다.

경찰관이 죽음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알아본 조사에서는 ‘나의 죽음은 가족에게 별로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항목의 점수가 모든 항목 중에 가장 높았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양상과 차이가 있었다.

‘지금 내가 죽는다고 해도 가족들은 그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일 것’이라는 항목과 ‘누군가 죽었다고 해서 세계가 변하는 일은 없다’ 등 항목의 점수도 높았다. 논문은 이를 경찰관이 일반인보다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측면이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저자는 “경찰공무원은 경험이 적은 업무 초기에 외상 사건을 경험하면서 충격적인 기억을 갖게 되는데,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교육받지 못해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장기 결근, 조기 퇴직, 약물 남용, 문제 행동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런 현상이 조직 전체에 만연할 경우 직무 생산성 및 사기 저하 등 결과로 나타난다”고 우려했다.

김씨는 “경찰을 대상으로 죽음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방법인 ‘호스피스’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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