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김모(46) 부장검사와 전날 긴급체포된 김모씨의 SNS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김 부장검사는 김씨에게 자주 급전을 요구했다. 지난 2월 3일 김 부장검사는 내연녀 명의의 계좌번호를 보냈고 김씨는 한 시간 뒤 “500 보냈다. 내 전용 계좌에서. 그냥 회사 이름으로 했다. 드러나지 않게 하려구”라고 송금 사실을 전했다.
다음 달에도 김 부장검사는 “빌려주는 걸로 하고 월요일에 보내줘. (애인) 마음 완전히 되돌리려 해. 도와주라 친구, 나중에 개업하면 이자 포함 곧바로 갚을테니”라며 송금을 요구했다. 이에 김씨는 “이자는 필요없다 친구야”라며 흔쾌히 응했고 김 부장검사는 “생큐, 고마우이!!”라고 답했다.
불과 이달 초까지도 이같은 관계는 이어졌다. 김 부장검사는 지난 1일 “○○(내연녀) 아예 꽉 눌러서 불평 못하게 해버리고 깨끗하게 해결하려고. 오후에 처리되면 알려주라”고 말했고, 김씨는 “내일 은행시간 전에 보낼게. 자금을 옮겨야 해서”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부장검사는 다시 “(돈) 보내놓고 이야기 끝내려 했는데…. 거짓말처럼 되면 말발이 안 먹는데ㅠㅠ”라고 재촉했다. 이에 김씨는 “친구야. 비자금으로 처리해야지. 드러난 돈을 보낼 순 없잖아. 내 차명계좌로 옮기고 처리.”라며 달래듯 말했다.
그는 평소 김씨에게 술값을 내도록 하고 고급 술집도 종종 드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1일 김 부장검사는 “오늘 저녁 ○○○ 갈거야? 오늘 아님 난 설 전에 목요일 좋아~ ”라고 문자를 보냈고 김씨는 “나 8시 30분까지 간다. 와라 친구야”라고 답장했다. 김 부장검사는 “일찍 가서 파트너 골라둘게ㅋㅋ”라며 여성 접대부들을 선택해 술을 마셔온 익숙한 태도를 메시지에서 보이기도 했다.
김씨는 체포 전 “서울 강남의 고급 가라오케에 갈 때마다 최소 100만원에서 400~500만원씩 냈고, 나와서도 현금으로 100~200만원씩 용돈을 줬다”고 밝혔다. 아울러 체포 직후엔 “김 부장검사에게 빌려준 돈은 내연녀에게 준 돈이라 변제받지 못했다”고 취재진에게 주장했다. 김 부장검사는 이날 문자 메세지로 “모두 친구 잘못 둔 제 불찰이다. 다만 술값에 400~500만원, 현금을 줬다는 등은 절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김 대표와 간 술집은 싱글몰드바, 가라오케 2곳 뿐이고 소위 말하는 룸살롱 형태가 아니다”면서 “본인이 사업체 관계자 5~6명과 늘 먼저 마시고 있어서 따로 옆방에서 친구와 1~2시간 어울린 것으로 큰 돈이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내연녀에게 돈을 보내달라고 요구한 등의 사실에 대해선 답변을 피했다.
김 부장검사는 이밖에도 감찰에 대비,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김씨에게 휴대전화를 바꾸라거나 거짓 진술을 요구하기도 했다.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검사장 승진이나 총선 출마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법조인임에도 이렇게 엉망으로 처신을 해왔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면서 “도덕적으로도, 사법적으로도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