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부장검사’, 수사 대상 변호사에 “1천만원 빌려줘”

‘스폰서 부장검사’, 수사 대상 변호사에 “1천만원 빌려줘”

입력 2016-09-08 07:19
업데이트 2016-09-08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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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감찰팀, ‘피의자’ 박모 변호사와 ‘부적절 금품거래’ 의혹으로 감찰 확대

‘스폰서·사건청탁’ 의혹을 받는 김형준(46) 부장검사가 중·고교 동창 김모(46·구속)씨와 의심스러운 돈거래를 한 것 외에도 자신의 수사 지휘 범위에 있던 사건 피의자인 변호사로부터 ‘급전’ 1천만원을 빌려 쓴 정황이 추가로 포착됐다.

대검찰청은 감찰 범위를 확대해 해당 정황이 부적절한 금품거래와 연관됐을 가능성은 없는지, 직무상 부적절한 행위 아니었는지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김 부장검사는 올해 초까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으로 있을 때 이 변호사가 연루된 사건의 초기 조사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이 제기돼 의혹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는 올해 2월3일과 3월8일 동창 김씨로부터 각각 500만원, 1천만원을 송금받았다.

먼저 500만원은 김 부장검사와 김씨가 단골로 가던 강남구 압구정동 술집 여종업원 곽모씨의 계좌로 들어갔다.

3월8일 김씨가 보내준 돈 1천만원은 검사 출신인 박모 변호사의 부인 계좌로 입금됐다.

박 변호사는 연합뉴스에 “김 검사가 급하게 쓸 돈이 있다고 해서 1천만원을 빌려줬다가 다음 날 반환하겠다고 해서 계좌번호를 알려줬는데 다른 사람(동창 김씨)이 돈을 보내온 것”이라며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처럼) 계좌를 빌려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최근 김 부장검사의 비위 의혹을 조사 중인 대검 특별감찰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이런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세한 경위를 모른 채 김 부장검사와 김씨의 금전 거래 통로로 ‘이용’됐다는 주장이다.

검찰 1년 선·후배 사이인 김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에 평검사로 함께 일한 인연으로 이후 줄곧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김 부장검사에게 돈을 받을 계좌를 제공한 박 변호사는 현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박 변호사가 증시 상장 업체인 A사를 대상으로 적대적 인수·합병을 노리는 과정에서 대량보유 지분 공시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포착하고 작년 하반기부터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시장법은 자신은 물론 특별 관계자까지 합쳐 특정 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되면 5일 이내에 이를 공시하도록 규정한다.

이는 공격 대상이 된 회사에 방어권을 보장해주고 일반 투자자들이 주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지분 변동 사항을 적기에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금감원은 박 변호사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검찰에 고발했고 현재 서울남부지검이 수사 중이다.

대검 특별감찰팀은 김 부장검사가 올해 1월까지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으로 일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합수단은 금감원,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등 금융범죄 조사기구의 사건 분담 등 업무 조정을 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따라서 당시 단장인 김 부장검사가 박 변호사를 상대로 한 금감원의 조사 과정을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합수단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주가조작 사범 엄단을 주문한 데 따라 설치된 증권·금융 관련 범죄 수사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은 조직이다.

김 부장검사는 합수단장 시절 증시 불공정 거래·기업 범죄 사범을 대거 수사해 재판에 넘겨 ‘여의도의 저승사자’란 별칭이 따라붙기도 했다.

급전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았다는 박 변호사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김 부장검사는 비록 오랜 지인일지라도 자신이 사실상 지휘하거나 직무상 유관 사건의 피의자에게 급전을 빌리는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연합뉴스는 이와 관련한 김 부장검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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