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 때리고 성추행 하고…초중고 운동선수들 대상 인권침해 심각

뺨 때리고 성추행 하고…초중고 운동선수들 대상 인권침해 심각

입력 2016-09-22 07:26
업데이트 2016-09-22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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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주의 한 중·고교에서 배구팀 코치가 선수들의 몸을 만지고 성희롱성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일선 학교 운동부에서 성추행이나 폭행이 자주 일어나는 등 학생 운동선수들의 인권침해가 심각하다.

무엇보다 감독이나 코치가 우월적인 지위를 악용해 훈련을 이유로 폭행하거나 성추행하는 일이 발생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지도자에 의한 성추행과 폭행을 막기 위해서는 한 번이라도 부정한 행위를 하면 바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 “근육 발달 상태 보려고”…불필요한 신체접촉 ‘예사’

22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광주의 한 중·고교 배구팀의 코치는 여자 선수들의 허벅지와 엉덩이 등을 만지거나 생리와 관련된 질문을 하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결국 해임됐다.

학교 측은 문제가 제기되자 코치를 감싸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이 학교 교장은 “학생들을 지도하다가 근육 발달 상태를 보기 위해 대퇴부 등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달 전국체전이 끝나면 학생들을 성폭력 상담기관에서 상담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배구협회도 조사에 착수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관련 코치를 영구 제명하기로 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 운동부 코치 이모(34·여)씨는 2011년 7월 초등학교 체육관 샤워실에서 샤워하고 나온 여자 운동선수들의 몸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우승하지 못하면 인터넷 사이트에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또 운동 지도 중 여학생들의 몸을 만지거나 자체 연습훈련에서 졌다는 이유로 옷을 벗은 상태로 체육관을 뛰도록 한 혐의 등도 받았다.

법원은 이씨에 대해 지난해 6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을 적용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 ‘훈련에 빠졌다고, 술 마셨다고 폭행’…폭력이 일상화된 학교 체육

지난 4월 경기 평택경찰서는 하키 스틱으로 운동부 학생들을 수시로 때린 혐의(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로 평택 모 초교 체조부 코치 이모(38)씨를 구속했다.

이씨는 2014년부터 2년간 “운동을 잘 못 한다”는 이유로 당시 초등학교 2∼3학년에 불과한 운동부 남학생 4명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하키채로 수차례에 걸쳐 때린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3월에는 전북의 한 고교 운동부 코치가 2학년 운동부 학생에게 매질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 코치는 숙소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된 학생의 엉덩이를 야구 배트로 여러 차례 때려 피멍이 들게 했다.

이 코치는 당시 상황에 대해 “열정을 갖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과한 체벌을 하게 됐다”며 “다만, 아이가 여러 차례 문제 행동을 해 부모와 상의했고, 허락을 받은 뒤 체벌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부산에서는 고교 체육부 코치가 학생이 훈련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고 정강이를 걷어차 벌금 300만원을 받았다.

코치가 중학생 선수를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다.

2013년 10월 청주의 한 중학교 검도부 코치 김모(41)씨는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자신의 제자를 죽도와 목검으로 때려 숨지게 했다.

재판부는 “경력 30년 이상의 검도 유단자인 피고인이 자신의 제자이자 16세 청소년을 비인간적이고 잔인하게 폭행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김씨에게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 후배 폭행·성추행…폭력에 상시 노출

코치와 감독에 의한 폭행도 심각한 문제지만 학생 선수가 후배나 동급생을 때리고 성추행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인천에서는 지난해 한 중학교 운동부에서 남학생 선배들이 동성 후배를 집단 성추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학교 운동부 학생 3명은 학교 체육관에서 훈련을 마치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던 중 후배 학생의 바지를 벗기고 휴대전화에 저장한 음란물을 보여주는 등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구에서는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운동부 학생들이 코치가 시합 도중 잃어버린 초시계(60여만원 상당)를 공동 변상하자고 이야기하던 중 3학년 학생 2명이 이의를 제기하는 1학년 학생 4명의 뺨을 1대씩 때렸다.

이 때문에 1학년 학생 1명이 귀에 통증을 느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일부 학생은 1학년 학생들의 신체 특정 부위에 스프레이 파스를 뿌리는 등 수차례 성추행을 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측은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 가해자인 3학년 학생 2명을 퇴학 처분하고 2학년 학생 등 5명에게 30∼40시간씩 사회봉사를 하도록 했다.

◇ 감독 등 지도자 자질 검증…‘원스트라이크 아웃’ 도입

학교 운동선수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끊이지 않자 운동부 지도자들에 대한 자질 검증과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감독이나 코치가 선수들보다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성추행이나 폭행을 하는 것은 범죄나 마찬가지여서 비위가 드러날 경우 바로 퇴출하는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인천시교육청은 초·중·고교 운동부 내 폭력과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올해부터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학교 운동부 지도자가 폭력, 성범죄, 금품·향응 수수 등의 비리로 적발되면 곧바로 해임하는 내용이다.

해당 학교에는 육성지원금을 절반으로 깎고 감사와 시정명령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

경기도교육청 학생선수지원담당 맹성호 장학관은 “학교운동부 운영의 어려운 점이 바로 지도자의 자질 검증이다”며 “아무래도 좋은 고교나 대학에 진학을 잘 시키는 지도자가 인기가 많아서 지도자의 인성에 대해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맹 장학관은 “운동부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외부에 알리기보다 문제를 일으킨 지도자에게 사표를 받아내는 방식으로 내부적으로 해결하고 끝내려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대한체육회가 지도자에 대한 인성교육과 자질 검증을 강화하고 학교와 운동부 학부모들은 문제 발생 시 쉬쉬하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교육청 등에 알려 문제를 바로잡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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