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는 겁 많아”…도심 출현 불청객 ‘오해와 진실’

“멧돼지는 겁 많아”…도심 출현 불청객 ‘오해와 진실’

입력 2016-10-18 08:51
업데이트 2016-10-1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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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공격 안하면 달려드는 경우 드물어…침착하게 대응해야”

최근들이 수도권 도심에 멧돼지 출현이 부쩍 잦아졌다.

저돌적인 행동에다 험악한 외모 탓에 대표적인 유해 야생동물로 취급받는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한 해 농사를 한순간에 망치는 단골 불청객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멧돼지는 원래 겁이 많아서 무작정 사람에게 먼저 달려드는 경우는 드물다”며 “지나치게 흉포한 동물로 보거나 과도한 공포감을 갖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섣불리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지 말고 상황에 따라 침착하게 행동요령만 지키면 극단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 점점 더 도심 한복판으로…공포심 가중

지난 16일 밤 경기도 성남시 분당 아파트단지 한가운데 멧돼지 소동이 벌어졌다.

일요일 저녁을 마쳤을 무렵, 분당구 서현동 아파트단지 관리사무소에서 “아파트단지에 멧돼지 나타났으니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경찰관과 소방관들이 출동하고 전문 엽사까지 동원해 추격전을 벌인 끝에 1시간 반 만에 엽총에 맞아 사살됐다.

이 과정에서 3천여가구가 거주하는 3개 아파트단지는 묘한 공포 상황이 연출됐다. 경찰관들의 대피 안내에 거리는 인적이 거의 끊겼다.

밤하늘을 가르는 총성이 울리고 실탄 2발을 맞고 사살된 멧돼지는 180㎏에 이르는 거구의 수컷이었다. 현장을 지켜본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주변에 5개 초중고가 몰려 있다는 사실에 휴일 야간이었다는 걸 다행으로 여기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관련 기사 댓글에는 “오죽 먹이가 부족했으면 내려왔겠느냐”는 동정 섞인 댓글이 다수 달렸다.

최근 들어 멧돼지 출몰이 잦아졌다. 출몰 지역도 거주지 중심이나 도심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16일 밤과 17일 새벽 사이 서울시 종로 도심 한복판에서도 돼지가 나타나 이 중 두 마리가 사살됐다.

2012∼2015년 서울에서 들어온 멧돼지 출현 신고 543건 가운데 종로구가 219건(40.3%)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도심까지 들어오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17일 오전에는 경북 구미시 해마루 초등학교 앞에 멧돼지 출현 신고가 들어와 119구조대가 출동해 마취총으로 포획했다.

이동걸 구미교육장은 “지금까지 학교에 멧돼지가 나타난 경우는 없었다”며 “멧돼지 출현 행동지침을 교육하는 것을 검토해야겠다”고 말했다.

◇ “서식지 벗어나면 공황상태…침착 대응하면 안전”

멧돼지 행동특성 전문가인 국립생물자원관 한상훈 연구관은 “멧돼지는 겁이 많아 서식지에서 벗어나 도심에 내려오면 패닉상태가 된다”며 “그러나 상대가 공격하지 않으면 먼저 달려 드는 경우는 드물어서 침착하게 대응하면 된다”고 말했다.

비공식 집계분까지 포함, 한 해 1천만명 이상이 찾는 북한산국립공원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인명 피해는 한 건도 없다는 설명이다.

2015년 겨울 강원도에서 발생한 ‘살인 멧돼지’ 사건도 현장 조사해보니 ‘선제공격’ 요인이 있었다는 점도 들었다.

이달 들어 도심 출몰이 찾아진 이유는 복합적이다. 서식 환경 악화와 먹이 부족, 개체 수 증가와 더불어 짝짓기 기간(11∼12월)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한 연구관은 “개발로 인한 서식지 단편화와 등산로 샛길로 인한 서식지 교란, 포획량 감소에 따른 개체 급증, 월동 준비를 위한 가을철 먹이활동 증대 등의 탓도 있겠지만, 본격적인 짝짓기를 앞두고 암컷을 탐색해보는 선점 행동을 할 시기여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보행자 행동요령 “흥분시키지 말고 신고”

환경부는 2013년 11월 등산객, 농민, 운전자, 보행자 등 상황별로 ‘멧돼지 발견 시 상항별 국민행동 요령’을 제시했다.

등산객은 “등을 보이며 달아나지 말고, 주위의 나무나 바위 등 은폐물에 신속히 피할 것”, 보행자는 “갑자기 움직여 멧돼지를 흥분시키지 말고 112, 119 등에 신속히 신고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직접 마주쳤을 때는 “침착하게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뛰거나 소리치면 오히려 놀라 공격한다)”거나 “크게 놀라거나 달아나려고 등을 보이는 등 겁먹은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안내했다.

일정 거리에서 발견했을 때에는 “적에게 공격받거나 놀란 상태에서는 흥분해, 움직이는 물체나 사람들에게 저돌적으로 달려와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은폐물에 몸을 신속하게 피한다”고 돼 있다.

멧돼지 개체 수는 2014년 말∼2015년 초를 기점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부가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취합한 멧돼지 포획 건수는 2013년 1만6천1건에서 2014년 1만9천760건, 2015년 2만8천214건으로 증가했다. 멧돼지 서식밀도 역시 3년 100㏊당 4.2마리에서 지난해 5마리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가 집계한 멧돼지 출현 신고도 2013년 798건, 2014년 841건에서 2015년 1천712건으로 급등했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와 학교에서는 “최근 한두 해 사이 변화된 여건에 맞는 통일된 행동 매뉴얼을 정비해 교육 자료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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