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 항소심서 첫 무죄…“대체복무제 도입해야”

양심적 병역거부자 항소심서 첫 무죄…“대체복무제 도입해야”

입력 2016-10-18 10:46
업데이트 2016-10-1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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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항소부 유죄 1심 뒤집고 무죄 선고 “소수자 권리 인정해야”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이른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

1심에서 유·무죄 판결이 잇따르는 가운데 2심에서 처음으로 무죄가 선고된 것이어서 대체복무제 도입 논란이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김영식)는 18일 병역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 등 2명에 대해서는 이들의 항소를 받아들여 징역 1년 6개월의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장 과정 등을 볼 때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종교·개인 양심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고 형사처벌로 이를 제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국제사회도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고 우리 사회도 대체복무제 필요성을 인정하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600명 정도로 추산되는 병역 거부자를 현역에서 제외한다고 병역 손실이 발생하고 기피자를 양산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군 면제 사유가 다양한데 양심적 병역 거부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은 병역을 기피하거나 특혜를 요구하는게 아닌 종교적 양심에 의한 의무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며 “국가는 소수자의 권리 주장에 인내만을 요구하지 않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선진국의 사례를 비춰볼 때 현실적 대책(대체복무제)이 있는데 이를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고 대체복무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2000년대 이후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대부분 획일적으로 실형(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지는 않고 있다”며 “이는 ‘타협 판결’이다. 떳떳하게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고 공동체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 등은 병무청으로부터 입영 통지를 받고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은 최근 부쩍 늘었다.

“독실한 신자에게 병역을 강제하는 것은 종교·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취지로 최근 1년간 광주, 수원, 인천 등의 법원에서 9건의 무죄 판결이 나왔다.

현행 병역법 88조는 현역 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하면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2004년,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이 조항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지금까지 이를 근거로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복무 기간에 상응하는 1년 6개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했다.

병역법 시행령에 따라 1년 6개월 이상의 실형이나 금고형을 선고받으면 제2국민역으로 편입돼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판결 확정까지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

지금까지 1심에서 이례적으로 무죄를 선고했더라도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대부분 헌재 결정을 근거로 유죄로 번복됐다.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남성은 2006년 이후 10년간 5천723명에 달한다. 이 중 5천215명이 처벌을 받았다.

이들의 반발로 병역법 88조는 현재 3번째 위헌 심판대에 올라있다.

지난해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은 남성 3명이 헌법소원을 내 헌재가 이 사건을 심리 중이다.

지난해 7월 여론 수렴을 위해 공개 변론을 열기도 했던 헌재는 조만간 위헌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변호한 오두진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법원이 최근에 증가하고 있지만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처음이다”며 “판사들의 양심 뿐만 아니라 현재 수감된 400명의 병역 거부자의 양심을 존중하는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판결이 내려질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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