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재산 가치 오르니 다른 형제들이 어머니 앞세워 일을 벌여”…7년간 빚 갚으며 어머니 봉양

“애지중지 키운 아들인데 애미가 오죽하면 이러겠습니까. 뭐가 씐 것 마냥 저러니 답답합니다.”

의사 아들에게 ‘재산을 돌려달라’고 전북의 한 종합병원에서 1인시위를 벌이는 A(84)씨는 1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답답한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A 씨의 5남매 중 큰아들인 B 씨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2009년 유산으로 남긴 부동산을 자신(2건)과 아들(1건)의 명의로 증여받았다.

B 씨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가족들의 동의가 있었고, 아버지가 숨진 해 같이 세상을 떠난 셋째(장녀)만이 이에 반대했다.

A 씨는 자신과 함께 고향에서 생활하는 병원장 출신 아들 B 씨를 믿었고, 이 아들은 2009년부터 A씨에게 매월 150만원씩 생활비를 제공했다.

B 씨가 재산을 소유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 A 씨는 아들과 갈등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불화는 2013년 A씨가 다른 자녀에게 이런 사정을 알리면서 커졌다.

특히 A 씨는 자신이 사는 고가의 주택까지 아들 B 씨가 넘보려 하자 더는 참을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강하게 나타냈다.

화가 난 A 씨는 “물려줬던 재산을 모두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B 씨는 “유산보다 빚이 더 많다”며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젊어서부터 집안 살림을 도맡아 금은방을 운영하며 5남매를 길러왔던 A 씨는 믿었던 큰아들의 배신에 충격을 받았다.

A 씨는 딸과 막내아들의 도움을 얻어 인감증명서와 신분증 등을 제공한 적이 없다며 아들 B 씨를 고소했지만, 경찰은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A 씨의 딸(58)은 “어머니가 의사인 오빠를 어려서부터 유독 아꼈고, 현재 소유 중인 오빠 명의 건물도 레지던트 시절 부모님이 장만해 주신 것”이라며 “그런 부모님에게 어떻게 이런 식으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 씨는 경찰에 재수사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민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 민사 공판은 19일 열릴 예정이다.

A 씨는 “저는 남편과 가족의 추억이 담긴 이 집을 지키고 싶다. 전셋집을 얻어준다고 하지만 이 집을 떠나기 싫은 제 생각은 변함이 없다”며 “물려준 재산보다 빚이 많다는 아들의 말대로라면 재산을 돌려주지 못할 이유가 없으니 재산을 돌려받아 이제라도 내가 관리하고 싶다”고 했다.

A 씨의 주장에 대해 B 씨 측 변호사는 “의뢰인의 부친이 돌아가시면서 17억원 상당의 빚을 남겼고, 장례식 후 가족회의를 거쳐 의사 아들인 의뢰인이 빚을 떠안는 대신 상속재산을 협의 분할 상속 받았다”며 “의뢰인이 7년간 빚을 갚으면서 어머니의 생활비를 제공하고, 일주일에 1, 2차례씩 찾아가며 돌봤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빚을 갚는 과정에서 현재 A 씨가 살고 있는 자택의 가치가 큰 폭으로 올랐고, 이 재산을 노린 다른 자식들이 모자간을 이간질하고 있다”며 “이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둘째 아들이 고소의 허위성을 진술해주면서 입증됐다”고 덧붙였다.

B 씨는 모든 논란에 대해 “여태껏 어머니 곁을 지키면서 돌봐온 것은 나인데 이제 와서 다른 형제들이 어머니를 앞세워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며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왜 이런 논란에 휩싸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