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아픈 역사 기억해야 사과 요구하죠”

“일제 강제징용 아픈 역사 기억해야 사과 요구하죠”

김희리 기자
김희리 기자
입력 2016-11-14 21:04
업데이트 2016-11-1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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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증언록 ‘기억의 조각’ 펴낸 학생 역사단체 ‘도화지’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사과하도록 만들기 위해 우리 자신이 증거를 찾고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증언록인 ‘기억의 조각’을 만들게 된 이유입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증언록을 펴낸 학생 역사단체 ‘도화지’의 진민식(오른쪽) 대표와 박승민 부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증언록 ‘기억의 조각’을 펼쳐 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증언록을 펴낸 학생 역사단체 ‘도화지’의 진민식(오른쪽) 대표와 박승민 부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증언록 ‘기억의 조각’을 펼쳐 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중고생부터 대학생까지 참여

중·고·대학생들의 역사단체 ‘도화지’의 진민식(22) 대표와 박승민(22) 부대표는 지난 11일 증언록을 만든 취지를 묻자 “너무 늦기 전에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기록으로 붙잡아 두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강제징용 문제에 관심이 생겨 피해 생존자 강락원(86)씨를 찾았다. “나 같은 사람들이 다 죽어 없어지기 전에 이야기를 듣고 모아서 책을 써 달라”던 강씨의 부탁을 받았다는 진 대표는 “약속을 지키려다 보니 일이 커졌다”고 말했다.

●20여명 전국 각지 돌며 증언 모아

뜻이 맞는 회원 20여명이 참여했다. 대학생들이 증언 채집에 나섰고, 중고생들이 편집을 했다. 지난 3월 클라우드 펀딩으로 780만원을 모금했고,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생존자 9명과 가족 3명을 만났다.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이기도 한 유장석(94)씨는 22살 때 교사를 꿈꾸다 히로시마 조선소에 끌려갔다. 매일 10시간씩 불을 때는 노동을 하면서 쉬는 시간은 단 10분이었고, 월급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가 현재 받는 보상금은 1년에 80만원이다.

●“인터뷰 약속 잡고 돌아가신 분도”

1944년 일본군에 끌려간 윤재명(91)씨는 ‘천황폐하의 선물’이라고 불리는 목조건물에 갔는데 앳된 소녀가 울고 있었고 후에 알고 보니 위안소였다고 전했다. 방직공장에서 일하면 20원을 준다고 해서 경상도에서 끌려왔다는 소녀를 구출하지 못한 게 두고두고 한이 된다고 했다.

박 부대표는 “전화를 수백통 했는데 대부분 생존자가 고령이어서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며 “약속을 잡아 두고 일주일 뒤 찾아갔는데 돌아가신 경우도 있었고, 건강 악화로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고 떠올렸다.

●일부 “스펙 쌓냐” 비아냥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어린 학생이라고 무시하거나 정치 집회에 동원하려고 하는 ‘순수하지 못한’ 어른들이었다. ‘나중에 써먹을 스펙 쌓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감내해야 했다. 박 부대표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만나서도 마음을 여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그간 자신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던 터라 의심을 쉽게 거두지 못했다”고 전했다.

●역사에 대한 우리의 자세 돌아봐야

진 대표는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최근 여러 사회 이슈에 대해 학생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런 젊은 세대들의 노력을 모으면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국민적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이것을 실천이나 변화로 옮길 방법을 아무도 알려 주지 않는 것 같아요. 교과서에 한두 줄 정도 언급하면서 ‘기억하라’고 말하는 건 부당하죠. 저희가 그분들께 들은 이야기는 학교에서 간단히 배운 것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런 생생한 역사를 알고 스스로 고민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합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2016-11-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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