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대체복무 도입’ 헌재 의견제출 ‘가까스로 의결’

인권위, ‘대체복무 도입’ 헌재 의견제출 ‘가까스로 의결’

입력 2016-11-29 08:07
업데이트 2016-11-29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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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위원 “제출하지 말자” 반대 vs “존재가치 부정” 지적

‘수사기관 통신자료 제출요구’ 법 문제점도 의견 제출키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에 대체복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로 ‘간신히’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인권위원은 “군 복무가 싫다는 사람도 양심의 자유로 보호해야 하느냐”며 반대하는 등 상당한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가 권리 보호·구제를 위한 기관이고 과거 같은 권고를 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논란도 예상된다.

29일 인권위에 따르면 전날 열린 제15차 전원위원회는 헌재에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헌법과 유엔 자유권규약 등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해당하므로 대체복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위원회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다”는 의견을 제출하기로 의결했다.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 기회를 주지 않고 처벌하는 건 보편적 권리인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도 밝힐 예정이다.

인권위는 이미 2005년 국회의장과 국방부 장관에게 같은 내용의 권고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의견 표명에 반대하는 위원이 많아 격론이 오갔다.

윤남근(대법원장 추천)·이은경(여당 추천)·최이우(대통령 추천) 등 3명이 의견 표명을 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윤 위원은 “종교의 자유는 보장해야 하지만 군 복무가 그냥 싫다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런 것도 양심의 자유로 보호해야 하느냐”며 “대한민국은 존재해선 안 되는 국가라서 그 나라 군대에 들어가서 총 들고 싸울 의무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것도 다 고려해서 논의해야 한다”며 대체복무제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인권위가 시민단체와는 다르다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제도화했을 때 발생할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도 “나라 자체를 거부한다면 그건 문제가 될 수 있는 문제 아닌가”라는 의견을 냈다.

전반적으로는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는 위원이 다수였다. 여당 추천인 검찰 출신 정상환 위원은 “이 문제에 대해 인권위가 의견을 내지 않으면 큰 흐름에 인권위가 맞서는 느낌을 줄 염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야당 추천인 이경숙 위원도 “인권위는 일관되게 대체복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은경 위원은 “헌재도 과거에 합헌이었던 것을 위헌으로 바꾸기도 한다”며 “유독 인권위라고 해서 과거 입장을 받아들여야 하느냐”며 맞섰다.

급기야 이성호 위원장이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교체가 안 됐다면 이미 대체복무제가 시행됐을 텐데 (정권이) 보수화하다 보니 후퇴했다”며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 인권위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설득했지만 반대 위원들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이 위원장은 반대한 위원 3명이 원하면 소수의견을 달기로 하고 의견제출 안건을 의결했다.

군 인권 관련 단체는 인권위원들의 부족한 인권의식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유엔 인권위원회와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8조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석서인 ‘일반논평’에서 확인하고 가입국에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했다”며 “이를 거부하거나 부정하는 인권위원은 위원 자격이 없으니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인권위가 의결기구일 뿐 헌재 등과는 역할이 다르므로 이 경우 인권위법에 따라 다수결로 의결해야지 헌재에 제출하는 의견서에 법적 근거가 없는 소수의견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도 비판했다.

한편 인권위는 “수사기관이 이동통신사 등에 통신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헌재에 내는 안건도 의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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