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소속 빙상단 사용 흔적도 없어…정부, 빙상단에 올해 39억원 지원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37. 개명 전 장유진)씨 비리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이규혁(38) 감독의 스포츠토토빙상단이 올해 초 대대적으로 홍보한 ‘국내 최고 수준의 연습장’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지어진 불법 건축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오전 찾은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 스포츠토토빙상단 연습장. 연합뉴스
29일 오전 찾은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 소재 ‘스포츠토토 빙상팀 전용 실내연습장’은 간판도 없는 허름한 창고건물이었다. 그린벨트 지역인 이 일대에는 주로 제조업체 등의 불법 창고들이 들어서 있었다.
눈에 잘 띄지 않아 수소문 끝에 찾은 연습장은 진입로에서 한참 떨어진 한 식품업체 공방 ㄱ자 건물 귀퉁이에 붙어 있었다.규모 270㎡의 가건물 내부에는 매트·사이클기기·짐볼·피트니스용 밴드 등 몇몇 운동기구가 보였다. 중고교 강당 체육시설 정도의 구색을 겨우 갖춘 수준으로, ‘최고의 전문 장비’와는 거리가 멀었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 건물은 지난 1월 스포츠토토빙상단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케이토토가 이모(62·서울 노원구)씨로부터 전세금 2천200만원에 2018년 2월까지 임대했다. 건물 용도는 식물 관련 시설로 허가를 받았다. 그린벨트여서 물론 용도 변경이 되지 않았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훈련장이 있는 지역은 그린벨트 지역으로, 대부분 온실 등 식물 관련 시설로 건축 허가를 받은 후 불법으로 건물을 개조해 창고나 공장으로 사용하는 곳으로 알고 있다”며 “단속을 통해 시정 명령을 내려도 건물주들이 건물을 비웠다가 다시 창고로 이용해 단속이 쉽지 않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인 이규혁 감독이 이끄는 스포츠토토빙상단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올해 39억원의 예산 승인을 받았다.
지난 4월 스포츠토토빙상단 측은 연습장 완공 소식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내고 “빙상경기에 필요한 전문 장비들을 모두 갖춘 국내 최고 수준의 시설을 자랑한다”며 “국가에서 운영하는 시설 외에는 마땅한 연습 장소가 없었던 빙상선수들에게는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라는 평가”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연습장을 실제로 활용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이날 연습장에서도 선수들은 물론 건물 관리자 등 인적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화 등 국가대표가 속한 빙상팀의 훈련장이라면 인근 주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했지만, 주변에서는 훈련장 존재 자체도 잘 몰랐다.
인근 건물에서 일하는 A(44)씨는 “봄쯤에 훈련장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가졌고 훈련장 설치를 위해 들락거리는 사람들을 봤지만, 그 이후에는 훈련하는 선수는커녕 인적 자체가 없었다”고 말했다.
외부에 있는 화장실은 꽁꽁 얼어붙어 최근 아예 사용한 적이 없음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강동수 케이토토 홍보팀장은 “전혀 활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면서 “처음에 훈련한 내용으로 홍보 자료도 냈다”고 해명했다.
이어 강 홍보팀장은 “건물의 원래 용도가 연습장이 아니었던 건 사실이나 위법이 되는 걸 사전에 알았는지 아닌지는 내부에서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릉을 연고지로 하는 스포츠토토빙상단은 이규혁 감독을 비롯한 5명의 코치진과 이상화와 박승희 등 세계적인 선수 11명 등으로 구성됐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