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재난안전연구원 풍수해체험시설 연중 절반 휴무…“물이 차가워서”
올해 지진과 태풍이 잇따랐던 울산에 재난안전체험시설이 들어섰지만 겨울철에는 문을 열지 않아 ‘무용지물’이다.울산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인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지난 10월 24일 ‘풍수해 체험시설’을 개관했다.
50억원가량 투입된 이 시설은 대규모 인공 강우 장치를 이용해 침수와 범람 체험과 안전교육을 학생과 시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설치했다. 급류하천 횡단, 침수차량 탈출, 침수 계단 탈출, 침수공간 탈출, 강우강도 인지체험 등을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10월 5일 태풍 ‘차바’로 폭우 피해가 울산에 집중된 이후 개관해 시민의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이 시설을 체험한 학생은 개관 당일 재난안전연구원과 울산시교육청이 업무협약을 하면서 초청한 중학교 학생 50여 명이 전부다. 대학 관계자 등 성인을 합해도 90명이 되지 않는다.
개관 9일째인 11월 1일부터 체험 활동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겨울철이 되면서 물이 차가워 체험하기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재난안전연구원 측 설명이다.
체험시설 재개장은 내년 4월로 결국 일 년에 절반은 개장하지 않는 것이다.
재난안전연구원 관계자는 “요즘도 체험시설 이용 문의 전화가 오지만 개장하지 않고 있으며, 11월부터 6개월간은 실험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고 5일 말했다.
올해 6월 말 울산학생교육원에 문을 연 안전체험관도 사정은 비슷하다.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운영을 중단한다.
개장 이후 5천 명 가까운 학생들이 이곳에서 지진, 화재 대비, 응급처치 등을 체험했지만, 겨울에는 아무런 역할을 못 하는 것이다.
고지대인 울주군 상북면 배내골에 위치한 특성 때문에 학생들이 체험하기에는 너무 추워 또 다른 안전사고의 위험 등이 있다는 것이 학생교육원 측 설명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체험을 원하는 학생 수요가 많으면 안전시설을 강화해 겨울철에도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겨울에도 안전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은 동구가 2013년 10월 동구보건소에 설치한 생활안전체험센터가 유일하다.
지진체험장, 심폐소생술체험장, 화재진압체험장, 열 연기 피난체험장 등을 갖춘 이곳은 12월 모든 주말 예약이 끝났고, 내년 1월 주말 역시 대부분 예약이 잡혔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박모(39·여)씨는 “지진과 태풍으로 피해가 생겨 이목이 집중될 때는 뭔가 대책이 생기는 것 같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 되는 것 같다”며 “재해가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양한 체험시설이 지속해서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