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충돌” 구조 선원 모두 갑판서 작업 ‘생사 갈라’

“순식간에 충돌” 구조 선원 모두 갑판서 작업 ‘생사 갈라’

입력 2016-12-09 10:21
업데이트 2016-12-0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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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호 생존자 5명 귀환·1명은 시신으로…해경, 항적기록 등 토대 사고경위 수사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피할 틈이 전혀 없었습니다.”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북서쪽 26㎞ 해상에서 전복된 한림 선적 조기잡이 어선 화룡호(19t·승선원 9명)의 생존 선원 이모(37·제주시 아라일동)씨와 베트남 선원 4명은 9일 오전 4시께 해경 300t급 함정을 타고 제주항으로 돌아왔다.

8일 오후 7시 55분께 라이베리아 선적 상선 C호(9만6천628t)와 충돌한 뒤 어선이 전복됐다는 신고가 해경에 들어온 지 8시간 만이다.

이씨 등은 실종된 선장 김모(59·제주시 한림읍)씨와 선원 이모(41·경기 용인시), 장모(53·인천 남동구)씨 등 동료들을 찾으려고 사고 해역을 해경과 같이 한동안 돌아다녔으나 끝내 발견하지 못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구조된 선원들은 생명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으나 응급처치 등을 위해 119구급대에 의해 곧바로 제주시 내 병원으로 옮겨졌다.

선원 강모(56·경남 사천시)씨는 안타깝게도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사고가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바람에 선원들의 생사는 작업 위치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씨는 “해상에 정박한 배 갑판에서 끌어올린 참조기 그물을 정리하던 중 갑자기 거대한 물체가 어둠 속에서 나타나 우리가 탄 어선을 들이받았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베트남인 선원 4명도 갑판에서 그물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사고 충격으로 이씨 등은 바다로 튕겨 나갔다. 베트남 선원 1명은 왼쪽 발을 심하게 다치기도 했다.

어선 주변에 떠 있던 이씨 등은 사고 상선이 곧바로 구조에 나서 비교적 이른 시간에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배 안쪽 조타실에 있던 것으로 알려진 선장 김씨는 실종됐고 숨진 강씨의 경우 배를 벗어나지 못하고 취사장에서 수중 수색하던 해경 요원에 발견됐다.

해경은 9일 새벽까지 수중 수색을 진행했으나 실종된 3명을 찾지 못했다.

화룡호는 지난 6일 참조기 조업을 위해 한림항을 출항했다. 사고는 사흘째 조업을 마친 순간 발생한 것이다.

제주해양경비안전서는 이날 오후 생존 어선 선원과 제주항 부근에 정박한 외국 상선 관계자를 불러 사고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항적기록 등을 살피며 구조된 선원들이 주장하는 대로 상선이 어선을 들이받았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사고수습대책본부가 마련된 제주시 한림수협에는 화룡호 선원 가족들이 찾아 초조한 마음으로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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