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벌금체납자도 강제수사…‘황제노역’ 근절될까

고액 벌금체납자도 강제수사…‘황제노역’ 근절될까

입력 2016-12-13 16:36
업데이트 2016-12-1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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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추적·압수수색도 가능…“벌금 체납률 낮아질 것으로 기대”

정부가 고액의 벌금 체납자들에 대한 강제수사 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그동안 사회적 논란을 부른 이른바 ‘황제노역’이 근절될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13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검찰이 고액 벌금 체납자를 강제수사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법에 따르면 검찰은 500만원 이상 벌금을 체납한 사람에 대해 출석과 관련 서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관계 당국으로부터 금융거래·과세 정보를 받아보는 것은 물론 영장에 의한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도 가능하다.

법 개정으로 벌금 체납자의 국내외 은닉 재산을 적극적으로 환수해 벌금형 집행의 실효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법무부는 기대하고 있다.

기존 형사소송법은 민사집행법이나 국세징수법에 따라 재산형을 집행할 수 있다고만 돼 있을 뿐 강제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는 ‘황제노역’ 문제가 불거진 배경이 됐다. 현행법은 벌금이나 과료를 내지 못할 경우 노역장으로 이를 대신하는 ‘환형유치제’를 규정하고 있다. 재산이 없는 취약계층이 벌금 부담 없이 재기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이를 악용해 거액의 벌금 대신 하루 수백만 원짜리 노역장으로 때우는 행태가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며 제도 개선의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졌다.

거액의 탈세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벌금 40억원이 확정된 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 재용(51)씨와 처남 이창석(65)씨가 벌금 미납으로 지난 7월 노역장에 유치된 게 대표적 사례다.

전씨는 벌금 38억6천만원, 이씨는 34억2천90만원을 미납했다. 미납한 벌금액수를 하루 400만원으로 환산해 각각 965일(약 2년 8개월), 857일(약 2년 4개월)의 노역장에 처해졌다.

일반 형사사범의 노역 일당이 통상 10만원대인 점에 비춰 지나치게 호사를 누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허재호(74) 전 대주그룹 회장도 황제노역 논란을 부른 인물이다.

횡령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그는 집행유예와 함께 확정된 벌금 254억원을 내지 않고 몸으로 때우려다 노역 일당이 5억원으로 책정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을 낳았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부과된 벌금 4조5천182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2조6천812억원이 미납됐다. 노역장으로 탕감된 금액도 2천774억원으로 6.1%에 달한다.

올해도 5월 현재 3조6천105억원의 벌금 가운데 76.4%인 2조7천617억원이 미납된 상태다. 노역장으로 대체된 금액은 5.8%인 2천92억원이었다.

이미 해외 주요국에서는 벌금 집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강제수단이 통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수사기관이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 벌금 체납자의 재산 몰수, 계좌압류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프랑스도 벌금 장기 체납자에 대해 재산 압류는 물론 토지·건물 등의 자산을 현금화해 몰수하는 ‘재산 환가’ 처분을 시행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고액 벌금을 체납하는 사람들의 재산을 추적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벌금 체납률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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