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보내줘” 경찰서에서 행패부린 40대 男 눈물 흘린 사연

“교도소 보내줘” 경찰서에서 행패부린 40대 男 눈물 흘린 사연

입력 2016-12-20 09:26
업데이트 2016-12-2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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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하고 똑같은 놈들아 나를 교도소로 보내주라.”

경찰서에서 1시간가량 욕하며 행패를 부리던 40대 남성이 조곤조곤 형사의 말에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 남성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19일 오후 8시 40분께 A(49)씨가 윗옷을 벗고 광주 북부경찰서 형사과 사무실에서 1시간가량 행패를 부렸다.

만취한 A씨는 “경찰이 나를 억울하게 옥살이하게 했다”며 시국 상황에 빗대 경찰을 “똑같은 놈들”이라고 매도하고 교도소에 보내줄 때까지 찾아오겠다고 소란을 피웠다.

A씨는 올해 3월 3·1절 특사로 교도소에서 출소했다.

2012년 지인과 다툼하다 흉기를 휘둘러 상대를 다치게 한 뒤 살인미수로 재판을 받아 4년 형을 선고받고 옥살이했다.

교도소 안에서 가구 만드는 노역을 하며 성실히 수감생활을 한 A씨는 모범수로 6개월가량 형을 감면받고 일찍 출소했다.

그러나 바깥세상은 교도소 안보다 싸늘했다.

노역하며 팔을 다친 A씨는 교도소 안에서 팔을 깁스하는 치료를 받았지만, 제한된 여건 탓에 팔을 제대로 쓸 수 없는 후유증이 남았다.

수감 시절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팔을 못 쓰게 된 것이 억울해 여기저기 전화로 도움을 청하고 상담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말은 “특별한 방도가 없네요”라거나 A씨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어려운 법률 용어뿐이었다.

제대로 쓸 수 없는 팔로 출소 이후 일자리조차 구하기 힘들었던 A씨는 자신을 교도소로 보내 “이 꼴로 살게 한 이들이 경찰들”이라며 원망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경찰서를 찾아왔다.

A씨가 술에서 깰 때까지 온갖 욕설과 행패를 받아준 광주 북부경찰서 형사들은 정신을 어느 정도 차린 A씨를 앉힌 뒤 그의 사연을 하나하나 들어줬다.

교도소에서 다친 팔 때문에 억울하다면 ‘법률구조공단’ 등의 도움을 받아보라고, 공단의 위치까지 친절히 알려줬다.

원망하던 형사들이 생각지도 못한 도움을 주자 A씨는 고마움에 “이렇게 나를 도와준 사람이 없었다”며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출소 후 일도 못 구하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 교도소라도 다시 들어가고자 했다”며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한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은 A씨가 경찰서에서 행패를 부린 부분에 대해서는 경범죄로 처벌할 방침이나, 조사 과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안내하기로 하고 A씨를 일단 집으로 되돌려 보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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