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대에 쓰레기 봉투에…잇따른 시신 유기 범죄 왜?

마대에 쓰레기 봉투에…잇따른 시신 유기 범죄 왜?

입력 2016-12-20 09:30
업데이트 2016-12-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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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범행에 대한 두려움·은폐 심리 함께 작용”

인천의 한 하천 인근에서 쓰레기 수거용 마대에 담긴 여성 시신이 발견되는 등 잔혹한 범행을 감추고자 시신을 유기하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월 대전에서는 채권자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마대에 넣어 차량에 유기한 피의자가 검거됐고, 10월 청주에서는 동거녀를 살해한 뒤 밭에 암매장한 30대가 4년 만에 붙잡혔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범행을 저질렀다는 두려움과 함께 범죄를 완벽하게 은폐하려는 피의자의 심리가 시신 유기로 이어진다고 봤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보통 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는 살인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시신 처리에 대한 압박감을 크게 느끼게 되고 이 심리가 유기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별을 요구한 동거녀를 때려 숨지게 한 이모(38)씨는 범행이 들통날 것을 두려워한 끝에 친어머니가 경작하는 밭에 시신을 암매장하기로 하고 동생에게 도움을 구했다.

이들은 범행 장소에서 2.2㎞ 떨어진 밭을 판 뒤 동거녀의 시신을 묻고 시멘트로 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처럼 대다수의 시신 유기는 피의자가 ‘익숙’한 장소에서 이뤄진다.

10월 경기 안양시 동안구에서 동거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40대 이모(47)씨도 토막 낸 시신을 집 근처 야산 등지에 유기했다.

이씨는 동거녀를 살해한 뒤 집과 가까운 야산 등지에 걸어가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수는 “시신 유기의 또 다른 공통점은 피의자 대다수가 연고가 있는 곳을 범행 장소로 삼는다는 것”이라며 “자기 생각에 증거를 완전히 없앨 수 있을 것 같은친숙한 장소나 이전에 가본 적이 있는 곳에 유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의 피의자 조성호는 시신 유기 장소로 대부도를 택한 이유에 대해 과거 한 두 차례 가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80대 지인을 살해한 혐의로 지난 10월 검거된 이모(71)씨는 훼손한 시신을 인근 한 공사장 폐기물 더미에 버렸다.

평소 특별한 직업 없이 공사장 작업자 등으로 일하던 이씨는 흙과 폐기물이 뒤섞인 공사장에서 시신이 자연스레 처리될 것으로 여기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시신 유기 방식에 직·간접적으로 성향이나 직업 등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시신 유기 사건에서 나타나는 범행 도구나 방식을 토대로 범죄자의 심리적 성향이나 직업 등을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신 유기에 자주 쓰이는 마대의 경우도 그 종류에 따라 얼마든지 접근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2005년 6월과 11월 양천구 신정동 주택가 골목에서 20대 여성과 40대 여성이 변사체로 발견된 일명 ‘신정동 연쇄 살인 사건’에서는 쌀포대가 범행 도구로 쓰였다.

당시 목이 졸려 숨진 두 여성은 머리에 검은 비닐봉지를 쓴 채 쌀포대나 돗자리에 싸여 있었다.

반면 인천 부평구 굴포천에서 발견된 시신이 담긴 마대는 쓰레기 수거용으로 구청이 2010∼2012년 제작해 배포했다.

부평구 재난안전과는 공공근로사업을 할 때 마대를 직접 배포하거나 구청 내 다른 과에 배부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 교수는 “쌀 포대와 폐기물 처리장에서 쓰이는 마대는 그 접근성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쌀 포대가 주부나 가정집과 가깝다면 마대는 공사장 노동자나 청소업체 직원 등이 가까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에 대한 감정적 거리, 스스로가 타인에게 공개되는 데 대한 두려움의 정도, 소유한 이동 수단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서 유기 방식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실제 지인을 비롯해 면식 관계에 있는 피해자를 살해한 경우 시신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유기하는 사례가 훨씬 많다”며 “유기 방식에도 어느 정도까지는 심리적 성향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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